외국인 건보료 ‘먹튀’에 인류애 언급한 보건복지부 장관

기사승인 2018-05-08 16: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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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건강보험료 재정적자 2000억여원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며 수용적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치를 망각하고 국민건강보험료 낭비를 조장하는 듯한 발언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3일 박 장관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3개월 체류 후 지역가입자로 가입해 내국인과 동일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적자가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 “공개토론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혜택을 받는 외국인 중 적잖은 수가 재외동포들이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재정작자로 거론되는 2000억여원도 전체 건보 재정지출로 보면 0.3%에 그친다”면서 “외국인 환자는 건강보험료 외에도 본인부담금을 내기 때문에 소비활성화로 의료계에도 도움이 된다. 3개월간 보험료 낸 사람한테까지 박절하게 대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 이하 소청과의사회)는 8일 성명을 통해 “사회복지학 전공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과연 제정신인가. 피 같은 건강보험료 낭비를 좌시하다 못해 조장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건강보험재정 2000억원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고, ‘인류애’와 ‘정’을 언급하며 낭비되는 것을 방조하는 듯한 박 장관의 모습을 믿을 수 없으며 용납해서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실제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먹튀’로 인해 발생하는 건보료 재정적자는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하며 치매센터 및 인력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책정한 예산과 맞먹는다. 국가차원에서 올해 책정된 연구개발(R&D) 예산의 총 증가액과도 같은 규모다.

심지어 전체 지역가입자 적자의 15%가 27만여명에 불과한 외국인 지역가입자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고령화와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등으로 인해 7년째 이어져온 건강보험 흑자기조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소청과의사회를 포함해 의료계 일각에서 이 같은 건강보험 가입체계의 허점 개선 등 건강보험 관리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새는 재정에 대한 관리라도 철저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박 장관의 발언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소청과의사회는 건강보험 재정적자에 더해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 혹은 유관기관 차원의 소송개입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병의원이 건강보험법상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제도에 가입해야하는 당연지정제 기관으로 진료비를 자유롭게 책정하거나 환자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의료분쟁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의료인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앞서 박 장관은 “의료분야는 정보의 비대칭이 가장 큰 분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분쟁을 심사하는 위원 중 비의료인 비율을 좀 더 높이고, 일반인이 의료분쟁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힘든만큼 (정부나 유관기관 등이) 소송 수행을 대행해주는 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는 “국가가 건강보험제도의 주체가 강제지정제 하의 의료인을 사용해 환자를 치료하게 강제하고 있다. 이런 강압적 제도 하에서 발생한 의료분쟁을 책임져야하는 당사자는 궁극적으로 제도의 고용인인 의료인이 아니라 국가”라며 박 장관의 발언을 ‘망발’이라고 평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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