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vs ‘지워진 역사, 강제동원’

기사승인 2018-05-14 20: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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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vs ‘지워진 역사, 강제동원’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다”고 했다. 기억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시민들이 느낀 책임감이었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 덕분에 참사 이후에도 분향소에서 향을 피우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고 관련 뉴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기억은 곧 추모였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의 역사라면 과거의 역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일이라고, 눈 감는 순간까지 이 일을 잊지 않겠다고 했을 일들이다. 어떤 역사는 교과서에 기록되거나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지만, 기억되지 못하거나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역사도 있다.

일제강점기가 대표적이다.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현실과 멀리 떨어진 옛날 일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아직 그 역사를 겪은 피해자들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다음 두 권의 책은 이들이 남긴 생생한 기록이자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보고서다.


△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위안부 피해자 중에는 외국인도 있다.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를 쓴 저자 얀 루프-오헤른도 그 중 한 명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태어난 네덜란드인 저자는 1944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스마랑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소에서 강간, 폭행을 당했다. 1992년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한 국제 전쟁범죄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 이후에도 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평화와 여성 인권을 지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청문회 장면에 등장하는 백인 여성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육군 위안부에 끌려온 여성들의 80%는 한국인, 나머지 20%는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는 그 20%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 10대 중후반이었던 여성들과 달리 20대 초반이었던 저자는 상대적으로 상세히 당시 구조와 상황을 기록했다. 당시 자행된 악행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꼭 읽어볼 책이다.


△ ‘지워진 역사, 강제동원’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에 강제 동원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38년 시행된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갔다. 누군가는 총을 들어야 했고, 누군가는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모두 원치 않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숫자가 무려 800만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중 최소 60만 명 이상은 죽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상대적으로 피해의 정도가 덜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숫자가 많아서일까. 강제동원에 대한 역사는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역시 지지부진하고, 일본은 사과 한 마디 없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귀기울이는 이들도 없다.

‘지워진 역사, 강제동원’을 쓴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지난 4월부터 전국을 돌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만났다. 또 일본에서 비극의 흔적을 되짚었다. 그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현재 어떤 상처와 싸우고 있는지를 들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기록했다.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었다. 제목이 ‘잊혀진 역사’가 아닌 ‘지워진 역사’가 된 이유가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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