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안심해도 된다” 발표에도 대구 시민 불안감 여전

입력 2018-06-22 20: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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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안심해도 된다” 발표에도 대구 시민 불안감 여전
환경부와 대구시의 해명에도 대구시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태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검출 결과 늑장 발표와 미온적인 대처가 가뜩이나 수질 사고 트라우마가 있는 대구 시민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22일 이번 사태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의 참여 인원이 이날 오후 8시 20분을 기준으로 3만 4000명을 넘어섰고, 대구 수돗물을 관리하는 대구상수도사업본부에도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이날 ‘대구 수돗물’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리며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구에는 생수 대란 현상까지 빚어졌다.

환경부는 이날 대구 수돗물 과불화화합물질 검출과 관련, 문제의 물질 배출 사업장을 확인하고 배출을 차단했으며, 농도 수치가 크게 올라갔던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 물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구시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도 환경부의 발표를 인용하며,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과불화화합물 중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과불화옥탄산의 검출 수준은 외국 권고기준에 비해 훨씬 낮다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부터 1994년 벤젠과 톨루엔 검출, 2006년 퍼클로레이트 검출, 2009년 1월 발암 의심물질 ‘1,4-다이옥산’ 유출 등의 수질 사고를 겪은 대구 시민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전부터 이번 수돗물 사태와 관련된 해명과 함께 안일한 수질 관리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또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안전한지를 묻는 문의도 잇따랐다.

특히 고초 정수 처리를 거쳐도 잘 분해되지 않고 끓이면 농도가 더 높아진다는 언론 보도에 대형마트마다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도 카트에 생수를 가득 담은 시민들이 꼬리를 문 대형마트 내부의 모습과 생수를 사는 시민들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주부 이희정(여·41·달서구 상인동)씨는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소용없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에게 연락해 생수를 구입했다”며 “주위 사람들 모두 수돗물을 불신하는 마음이 크지만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극히 미량의 과불화화합물이 낙동강에서 검출됐지만 이미 조치가 완료돼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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