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감독 이준익)은 청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다. 자신을 바로 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소소한 장면과 웃음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서울로 상경해 고시원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수(박정민)의 직업은 ‘래퍼’다. 학수는 고시에 도전하듯 몇 년째 ‘쇼미더머니’에 출전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된 학수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고향에 내려간다.
고향인 변산은 학수에게 잊고 싶은 ‘흑역사’다. 건달인 아버지(장항선)는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때문에 내내 고생만 하다가 세상을 떴다.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학수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만 남겼다.
몇 년 만에 내려간 고향은 변함이 없다. 죽을병에 걸렸다던 아버지는 멀쩡하고 첫사랑 미경(신현빈)은 다시 나타나 학수의 마음을 흔든다. 어릴 적 학수가 괴롭혔던 용대(고준)는 건달이 돼 학수를 부리기 시작하고, 학수의 시를 훔쳤던 문예반 선생 원준(김주한)은 주변을 맴둘며 신경을 긁는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학수를 변산으로 불러들인 고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이다. 그는 학수의 인생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학수와 부딪힌다.
‘변산’의 서사는 단순하다. 자신의 과거를 잊고 싶었던 학수가 고향에 내려가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을 마주하고 끝내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심각하거나 무거운 장면은 거의 없고 장면마다 소소하게 웃음도 터진다. 편한 마음으로 앉아 학수의 좌충우돌을 보고 있다 보면 영화는 친절하게 메시지를 설명해준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래퍼 학수로 분한 배우 박정민의 연기다. 힙합이 주가 된 음악영화인 만큼, 박정민이 직접 가사를 쓰고 노래한 랩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큰 재미다. 더불어 박정민은 과거를 직시하지 못 하는 불안한 청춘을 잘 표현해냈다.
선미 역할을 맡은 김고은의 연기도 훌륭하다. 김고은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평범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아울러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장항선을 비롯해 신현빈, 고준, 김준한 등의 합도 좋아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영화의 감성이 다소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변산’은 청춘의 시점으로 청춘을 바라본 영화가 아니다. 그 시절을 거쳐 이미 어른이 된 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영화에 가깝다.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따뜻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감성이 현실의 청춘에게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