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어린이들의 아픔을 해소하겠다며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추가하기로 했다. 최근 소아환자들이 응급실을 전전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상세가 위중해지는 사건이 종종 발생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응급의료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오는 13일까지 지정신청을 받아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선정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4곳이 추가로 지정된다면 전국에는 총 13곳의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된다.
문제로 꼽히는 전문의 인력수급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 센터당 5∼6명의 전담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에 필요한 재원도 일부 부담하기로 했다. 만약 병원에서 전담인력을 4명 이하로 확보할 경우 2억원, 5명은 3억5000만원, 6명 이상일 경우 5억원을 한시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응급의료 정보관리자에 대해서도 30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할 방침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경증환자 비율이 높은 소아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기관당 1억4400만원을 일괄 지급해온 지원금을 확보인력에 따라 차등 지원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참여가 보다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장비나 시술방법에서 주의가 필요한 소아응급환자가 더 이상 불행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소아응급체계를 갖춰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아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확대라는 정부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전문가들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의 환자쏠림을 우려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두고 충돌해온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들과의 마찰도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에 분포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9곳에서 4곳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소아환자들에 대한 진료가 크게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응급실로의 소아환자쏠림이나 그로 인한 일반 응급환자의 치료지연 등 부작용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가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입한 달빛어린이병원이 사실상 실패한 만큼 땜빵식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가지정이 아닌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달빛어린이병원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개원가의 반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가 중심의 소아환자 진료체계로는 심야시간대 의료공백이나 응급실에서의 환자쏠림과 같은 부작용을 해소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방식의 의원간 연합을 활성화하거나 보건소의 심야시간대 소아환자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등의 사고전환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일련의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일”이라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추가지정으로 모든 문제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심야·야간시간대 진료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도입으로 인해 악화된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와의 관계개선에 대해서도 “아직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소송이 끝나지 않아 관계개선이 쉽지는 않겠지만 전문의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만큼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또한 현행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사실상 확산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점에 공감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소아환자의 심야·야간시간대 의료공백과 응급실 방문에 따른 환자쏠림, 소아환자를 위한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 어려움 등을 해소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 지금의 민간의료기관에 기대는 형태의 정책을 의사들은 더 이상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향적인 정책방향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족스러운 재정지원 정책을 내놓거나, 연 200억원 정도를 투자해 보건소 등 전국에 분포한 공공의료기관 100여곳에서 심·야간 소아전문의료체계를 갖춰야한다”며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첨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