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④] 차별의 시대, 평등을 쏘아 올리다

[기획④] 차별의 시대, 평등을 쏘아 올리다

기사승인 2018-07-19 05:00:00

성(性)차별적 언어 사용은 이미 사회에서 굳어졌다. 문제 인식 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 분위기는 변하고 있지만 일상 생활의 언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TV 드라마, 뉴스 심지어 국어사전에도 여전히 성차별적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고착화된 언어 관습을 타파하려면 정부, 언론, 교육 등 다방면에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제성’ 가진 정책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만연한 성차별적 언어 사용을 법을 통해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제성을 수반한 정책은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법률이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2010년, 2012년 등 3차례에 걸쳐 입법이 시도됐다. 그러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성차별어를 대체할 단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적절한 대체어를 찾지 못해 성차별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했다. 정부 차원에서 성차별어의 사용 실태 파악하고 성평등어 연구를 진행, 대체어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지난 2009년 ‘미스(Miss)’와 ‘미시즈(Mrs)’ 등 혼인 유무에 따른 성차별적 의미를 내포한 단어 사용을 금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성차별적 언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자고등학교, 처녀작 등 10가지 성차별적 단어를 대신할 어휘들을 담은 ‘성평등 언어 사전’이 공개됐다. 사전을 발간한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며 “시민들이 제안한 성평등 언어가 서울시의 생활 속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성인지적’ 교육으로 성차별 이해하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이다. 교육은 성차별적 언어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 일부 국어교육 연구자들은 “유아기·아동기의 학생일수록 학교에서 접하는 언어를 즉각 내면화해 언어 습관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언어 습관이 아동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성차별적 언어를 인지하지 못 한 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렸을 때부터 성차별적 언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기준을 마련해 성차별적 언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과서 개정은 교육에서의 성차별적 언어 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 꼽힌다. 성인지적 관점을 토대로 교과서가 다시 쓰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다. 성인지적 관점이란 남녀 성차별 의식을 개선하자는 데서 등장한 개념이다. 특정 개념이 ▲한쪽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지 등을 검토한다. 성차별적 내용이 포함됐는지 점검하고 성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게재된 그림과 본문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언론의 규제보다는 자정적 노력으로

관용화된 성차별적 언어 사용은 방송, 신문 등 언론의 책임도 크다. 뉴스, 광고, 드라마에서는 성차별적 표현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일부 언론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관련 보도에서 ‘여비서와 출장’을 강조했다. 또 ‘여성 살해 피의자 오늘 저녁 구속’ ‘흉기소지한 채 다른 여성 맞닥드려’ 등 여성 피해자를 전면에 부각하는 제목을 작성했다.

언론계 역시 문제를 인식, 일찍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했다.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의 경우에는 규정이 상세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일부 내용을 개정 및 신설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심의기준 제30조(양성평등)에 ‘방송은 양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해야 하고, 성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 혹은 정부가 수많은 콘텐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언론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이숙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사 자체적으로 ‘우리가 성차별적 언어관습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며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개선,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개인의 노력이 전체의 변화로

시민단체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시민단체는 공론장을 조성,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으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22일 시민단체 모임인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18분 이어 말하기’를 주최했다. 이날 행사는 성차별의 시대를 끝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성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미디어 속 성차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3~4일, 10~11일에 걸쳐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라는 주제로 강의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걸그룹, 광고, 웹툰, BJ 등 미디어 속 성차별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는 “사회 변화는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개인 언어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성별규범을 강화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신민경 기자 dobest@kukinews.com

김도현,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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