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무릎은 낡아있었다

어머니의 무릎은 낡아있었다

황혼의 불청객, 관절염➁

기사승인 2018-07-21 00:24:00

이영순씨와 정민숙씨는 60대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다. 100세 인생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들은 지독한 관절염 통증으로 삶의 질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한평생 가족과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아온 어머니들의 노년은 무릎 관절염이란 불청객으로 휘청이고 있었다. 무릎 관절염은 노화의 여파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기에 증상을 관찰하고 유전자 치료 등 인공관절 수술에 이르기 전 최소한의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5년간 서서 일한 어머니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이영순씨(62·가명)는 식당 조리사로 15년 넘게 일했다. 냉방 시설조차 변변찮은 한 평 식당 부엌에서 온종일 12시간씩 서서 음식을 만들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결혼도 보냈다.

자녀가 장성하고 겨우 한숨 돌리려던 이씨에게 무릎 관절염은 불청객, 그 이상이었다. 이씨는 수술 전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살았다. 무릎에 우슬뿌리와 닭발을 좋다는 소문을 듣고 사다 고아먹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현재 이씨의 양쪽 무릎은 성치 않다. 평소 등산과 운동을 꾸준히 해온 터라 건강에 자신하던 이씨였다. 그랬던 이씨도 우연한 사고로 발목을 다친 후부터 무릎까지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사회생활을 오래했고, 등산도 꾸준히 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2년 전부턴가 무릎에 약간의 통증은 있었지만 참을만했다. 발목을 접질리고 나서부터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발목 수술은 잘 끝났는데, 그 다음부터는 무릎이 못 견디게 아팠다.”

무릎 관절염은 활동적이던 이씨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거동이 불편해지자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다. 이씨는 집에서는 앉거나 누워서 가사를 했다. 매일이 곤욕이었다.

걸으면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였다. 걸어 다니는 게 불편하다보니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근육이 뭉치더라. 근육에 무리가 가니까 한번 근육이 뭉치면 아파서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이씨 내외의 자녀는 현재 외국에 살고 있다. 이씨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걸 알리지 않았다. 발목이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근육까지 말을 안 들어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이씨였지만, 본인의 건강보다 자식들이 걱정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우리들은 다 힘들게 살아왔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3살 어린 동생도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어딜 가려고 해도 벽 잡고 지팡이를 짚고 해야 하니 왕래도 소홀해진다. 전화하면 다들 힘들다, 아프다 그런다.”

어느새 이씨의 눈가는 붉게 젖어있었다.

무릎이 차례로 아파왔다

정민숙씨(64·가명)의 왼쪽 무릎에 문제가 생긴 건 지난 2015년경이었다. 무릎이 당기고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진단을 받았다. 연골주사 맞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나서 이제 좀 나아지려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이번엔 오른쪽 무릎이 말썽이었다. 병원에선 무릎 관절 마모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다. 무릎 명의라고 하는 병원은 전부 가본 것 같다. 인공관절 수술은 안하려고 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심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른쪽 무릎의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수술 경과는 좋았다. 그러나 인공관절도 수명이 있었다. 90세가 되면 정씨는 인공관절을 교체해야 한다. 정씨는 그때까지 살지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정씨는 왼쪽에 이어 오른쪽 무릎까지 수술을 했다.

아프니까 한없이 우울하다. 주변에 짜증도 많이 부리게 된다. 아픈 마누라를 옆에게 지켜보느라 남편도 속이 시꺼멓게 탔을 거다.”

정씨는 밤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정씨의 마음은 쉴 새 없이 울적해졌다 불안해진다. 그렇게 한숨과 뜬눈으로 밤을 보내는 정씨의 곁에서 남편도 걱정이 돼 함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관절은 소모품이다

바른세상병원 허재원 원장은 여러 무릎 관절염 환자를 진료하면서 답답할 때가 많다. 민간요법 등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를 맹신하다 되레 건강을 상해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관절염은 완치가 없다. 노화와 동반되는 피할 수 없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관절염이 있는지 없는지, 증상에 대한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운동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믿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허 원장은 관절은 소모품이라고 말한다. 관절염 예방과 치료를 위해 자기 몸에 대한 과학적이고 검증하능한 방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각 증상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각증상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인해서 관절염이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갑작스런 통증이나 관절을 사용할 때 아픔, 관절이 붓고 물이차고 힘이 안 들어간다거나 어딘가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사는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 <황혼의 삶 흔드는 관절염‘> 프로젝트로도 연재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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