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만 연간 7~14만명 발생…'동료 상담' 활성화로 아픔 치유해야

자살 유가족만 연간 7~14만명 발생…'동료 상담' 활성화로 아픔 치유해야

같은 경험 나누며 공감대 형성…'사별자 리더양성 프로그램' 제시

기사승인 2018-07-21 00:05:00

자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국내 유가족들이 연간 7~14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면서 유가족 치유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일환으로 유가족이 모여 아픔을 공유하고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 선경험자로부터 실제적인 도움을 받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일 한양의대 본관 6층에서 열린 ‘성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 개소 20주년 주간행사 자살예방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백종우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자살자 수는 1만3092명으로, 하루 평균 37명이 자살한다. 국내 자살율은 지난 13년간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자살이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 교수는 “자살은 적어도 6~8명, 많으면 28명의 사람들에게 애도반응 등 영향을 미친다”며 “WHO 기준 한 명이 자살할 경우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5~10명이다. 4명의 가족과 2명의 친한 친구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연간 최고 7만에서 14만명의 사별자가 새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살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서 느끼는 고통과 함께 정신적인 충격, 혼한, 죄책감 등의 감정을 경험한다. 가까운 지인의 자살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이해를 받거나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및 사회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더 나아가 이제는 자살 유가족들이 주체가 되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핀란드에서는 국가적으로 심리부검 전수조사를 시행했고, 5만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모든 유가족을 찾아가 원인을 찾고 이들을 위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자살 사망자의 유가족 및 주변인을 면담해 자살자의 심리와 상태, 행동 등을 분석하는 조사방법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7개 자살예방 요인을 기존 자살예방정책과 통합적으로 연계해 활용했고, 그 결과 자살률이 절반이나 감소됐다.

일본에서는 자살 유가족들이 수기집을 내거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아픔을 밝히고, 유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자살예방대책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보고 전사회적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전국적으로 58개의 유가족 자조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이 모임은 국비 펀딩 및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들이 ‘동료상담가(Facilitator)’가 될 수 있도록 전화 연결, 정보패키지, 컨퍼런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백 교수는 “자살 사별자(유가족)에 대한 관점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 지원 사업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수 있는 ‘사별자 리더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전국화시켜야 한다”며 “사별자 동료상담 활성화를 통해 사별자들이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서적 공감대 형성과 선경험자로부터 실제적 도움을 받아 (사별자들이) 회복을 추진할 수 있고, 자살 사별자 리더의 경우 유사한 경험을 한 사별자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적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회복을 촉진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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