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내시경 분야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우리처럼 내시경 검사와 수술을 한 번에 하는 나라도 드물죠. 한국에 위암 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기남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소화기내과) 교수의 말이다. 위암은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위암은 전체 암 가운데 1위(13.6%)를 차지했다. 국내 위암 발병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많다.
환자가 많은 만큼 치료수준도 크게 향상돼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5%까지 올라간다. 특히 암이 위벽의 점막과 점막하층 부분에 얕게 침범한 경우, 전이가 없고 암의 크기가 2~5센티로 작으며 분화도가 좋은 경우에는 간단한 내시경 치료(ESD‧내시경점막하박리술)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심 교수는 “요건에 맞는 조기위암은 개복하지 않고 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며 “암 병변 주위를 생선포를 뜨듯이 떠내는 방식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위를 절제하지 않아 개복수술에 비해 회복시간이 짧고 후유증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암의 특성상 림프절 등 다른 부위에 전이가 의심되거나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권하지 않는다. 내시경 시술을 하고 얼마 안 돼 또 다시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
심 교수는 “의사의 눈과 경험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그는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을 잘 골라내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 시술에서는 초음파나 CT촬영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조직검사에서 분화도가 좋게 나오더라도 막상 확인해보면 모양이 달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환자들이 두 번 고생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진단하는 것이 의사만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조기에 발견하면 이처럼 간단한 시술로도 완치를 내다볼 수 있다. 그러나 위암 초기 증상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조용히 퍼지는 암이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위암을 진단받은 많은 환자들이 그동안 별 이상이 없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위암 초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이다. 또 소화가 안 된다든지 트림이 나오는 일상적인 증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자각하고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많이 진행된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힘듦 ▲체중 감소 ▲피를 토하거나 새까만 변 ▲명치에 딱딱한 덩어리 ▲빈혈 등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하게 검진을 받는 것이다. 발병 위험군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 직계 가족 중 위암환자가 있거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 식습관, 운동 등 건강한 생활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심 교수는 “위는 먹는 것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야채와 과일 등 건강한 음식을 먹고, 짠 음식, 탄 음식과 술, 담배는 멀리하는 것이 좋다”며 “또 스트레스에 예민한 기관이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습관과 생활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