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낸 건강보험료가 실손보험사의 주머니로

문재인 케어 효과로 연간 3600억원 지급액 ‘감소’… 정부대책은 ‘無’

기사승인 2018-08-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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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하나 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문제는 정부정책의 수혜를 실손의료보험을 판매·운용하고 있는 보험회사들이 별다른 노력이나 대가없이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두 손을 놓은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물론 보건의학계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범위가 늘어나고 그 만큼 보험회사들은 이윤을 얻는 ‘반사이익’을 경고해왔다.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가격이 낮아지고, 보장률이 올라갈수록 지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환자가 100만원 전액을 부담했던 MRI 검사비용이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8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건강보험에서 20%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환자본인부담금은 64만원이 된다.

이 상황에서 환자가 검사비 중 실비(본인부담금) 전액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을 가입했다면 보험회사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라 100만원에서 64만원만 환자에게 지급하면 돼 36만원의 반사이익이 발생한다. 불노소득인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29일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관계기관과 전문가, 소비자 대표들이 참여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새로운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실손의료보험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고, 국민의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협의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혜택이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보험료 인하 ▶공보험 개편에 따른 상품구조 개편 ▶비급여 표준화 및 공개범위 확대 등 관리강화 ▶보험금 청구 간소화 등 소비자 권익강화로 요약되는 4가지 과제를 집중추진하기로 했다.

당신이 낸 건강보험료가 실손보험사의 주머니로

◇ 멈춰버린 공사보험연계 논의, 커져가는 보험사 이익

하지만 논의는 초기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당장 보험회사들의 손해율 계산법부터 의견이 갈렸다. 여기에 문재인 케어의 구체적인 실행방향이 정해지지 않음에 따라 보험회사의 반사이익을 산출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적영역에 해당하는 민간기업의 이윤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산업계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협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협의체는 9월 첫 회의를 개최하고 지금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협의체 발족 당시 약속했던 ‘2018년 상반기 내 실손보험료 인하’는 지켜지지 못했다. 그나마 희소식은 이르면 8월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금융감독원과 수의계약 후 수행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효과’ 연구결과가 확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KDI 연구결과 보험회사들이 얻을 반사이익은 연간 3600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문재인 케어가 구체화되고 보다 많은 영역에서 이뤄질 경우 회사의 이득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멀기만 한 공사보험연계… 늘어나는 국민부담

반면, 보험료 인하가 연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험사들이 연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수긍한다고 해도 국회에 계류 중인 ‘공사보험연계법’이 통과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회사들이 결정사항을 따르게 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와 금융위 관계자는 “목표로 세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들의 손해율 현황과 비급여 실태, 보장성 강화계획에 의한 보험회사들의 반사이익을 면밀히 살펴보고, 보험료율 인하여력 등을 산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립적 위치에서 객관적으로 관련 연구를 수행할 기관을 선정하는 등의 문제로 연구시작시기가 늦어졌다”면서 “3월에서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를 시작해 당초 계획했던 시일보다 조금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실무차원에서는 논의를 이어왔다. 결과가 확정되면 협의체 회의가 재개해 실손보험료 인하 등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늦어도 9월 초에는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들에 따르면 KDI에서 수행한 연구에는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된 상복부 초음파나 2~3인실 상급병실료, 9월 적용 예정인 MRI 검사료 등에 대한 반사이익이나 향후 개편되는 건강보험제도로 인한 실손보험의 추가적인 영향에 대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실손보험 개편을 주장하며 논의에 참여해온 한 의료계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는 현재 진행형인데 연구는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아무리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실손보험사의 이윤은 늘어나고 국민과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며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소비자단체 일원으로 역시 실손보험 개편논의에 목소리를 높여온 한 활동가 또한 “하루가 늦어질수록 보험회사들만 배를 불릴 것”이라며 “국회에서는 조속히 공사보험연계법을 제정해 보험회사의 반사이익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보장성 강화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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