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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술실 CCTV, 의사도 병원도 지킨다

수술실 CCTV, 의사도 병원도 지킨다

오준엽 기자입력 : 2018.10.12 01:00:00 | 수정 : 2018.10.12 10:55:23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 폐쇄회로화면)는 특정 건축물이나 시설물에서 특정 수신자에게 유선 또는 무선으로 화상을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최근 보급량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유형의 범죄와 흉흉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자기보호기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CCTV가 설치돼 있으면 범죄 예방이나 억제효과가 높고, 범인을 확인하거나 체포하는데 용이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주로 은행이나 우범지역, 사고다발지역 등에 많이 설치되는 이유다. 그리고 최근 수술실이 의무설치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명 ‘유령수술’이라고 불리는 무자격자 대리수술행위가 만연하다는 언론보도와 내부고발이 한 몫 했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요구도 과거 수술실에서의 생일파티나 환자희롱 등의 상식적이지 못한 행위가 벌어진 사실이 알려질 때와 달리 강하다.

환자를 비롯해 시민사회는 더 이상 의사들의 성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일 성명과 보도자료를 통해 수술실 CCTV는 철옹성을 둘러싸인 수술실 내부에서 벌어질 비도덕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CCTV 설치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수술실 CCTV를 운영할 경우 무방비상태가 되는 환자의 감추고 싶은 모습이나 신체적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고, 그 피해가 상당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의사 개인의 입장에서도 감시받는 느낌을 받아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수술행위가 위축될 수 있으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의사가 떠앉아야 하는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말의 가능성이지만 살릴 수도 있는 환자가 CCTV 설치의무화로 인해 소극적으로 변한 의사들의 하향평준화된 표준진료로 생과 사의 경계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설치된 CCTV로 환자가 피해를 보는 사태도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가 아닌 지원과 이해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원인은 ‘저수가’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이며 적정수가가 뒷받침될 경우 대리수술을 포함해 주사기 재사용, 직역갈등까지 다수의 보건의료관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홀로 하루에 12시간씩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며 힘들게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없으며,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고 타인의 웃음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기에 여유가 생긴다면 환자를 배려한 진료와 수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한 의사는 “경영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피부·미용 등의 진료를 병행하는 이들을 포함하면 20%가 넘는 이들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진료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전공분야의 진료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전공이 아닌 분야의 일을 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온다면 의사인력이 부족해 대리수술을 맡기고,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전문가로서의 자존심 혹은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환자를 살리고 보다 나아질 수 있는 길을 고민하는 이들을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견 타당하다. 그리고 가능성을 떠나 납득할 수도 있는 논리다. 하지만 이미 성역을 둘러싼 철옹성이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산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촬영에 들어갔으며 오늘(12일) 의사와 환자, 시민들을 한 자리에 모아 토론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확대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사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미 모두 이뤄졌으며, 가동여부만 결정하면 끝나는 사안이다. 경기도도 내심은 이미 확대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이번 토론회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원 내 의료인들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반대만 하고 있어서는 얻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강하게 반대할수록 그 탄성에 찬성도 못하고 지금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생각을 달리해봐야 할 때다. 더 이상 성역은 없다는 말을 의료계도 되새겨보길 바란다.

CCTV는 양날의 검과 같다. 도구일 뿐이다.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환자를 지키기도 하지만 의사를 지키기도 한다. CCTV가 켜져 있다고 진료가 위축되고 수술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를 믿고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의 진료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대부분의 대형병원에는 기자재보호, 수술참관 등을 이유로 CCTV나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실수로 인한 문제를 우려하기 보다는 보다 막연함에 따른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철저한 환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병원이 보다 안전하고 환자 친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우리 의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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