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채소, 침출차·주스 원료 카피르라임·베트남산 사우얼솝 등 다양
최근 3년 8개월간 수입 농산물 255개 품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검출되어 폐기 또는 반송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중 7개 품목이 여전히 국내 창고에 남아 애꿎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잔류 농약 기준치 초과 수입 농산물 총 255건 중 248개 품목이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처리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멸각 폐기된 품목은 146건(약 567톤), 반송 94건(약 1992톤), 제3국 반출 6건(약 48톤), 사료용으로 용도 전환한 품목이 2건(1만3098톤)이었다.
나머지 7개 품목은 해당 농산물을 수입한 영업자가 처리 방법을 결정하지 않아 여전히 국내 보세창고에 머무르며 골칫덩이가 됐다. 작년 5월에 수입된 베트남산 무(잎) 2만3000kg은 1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같은 해 12월 수입된 인도산 쿠민 3000kg과 올해 수입된 베트남산 쟈스민 1190kg, 이집트산 바질 3000kg 등이 국내에 남아있다.
식약처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이들은 앞으로 수입영업자와 현지 생산자의 협의에 따라 처리되고 관세청의 관리감독 하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 7개 품목이 모두 처리되면 지난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기준치 초과로 국내에 유통되지 못한 수입 농산물의 무게는 약 1만5785톤에 이르는 셈이다.
한편 잔류농약이 초과 검출된 255개 수입 농산물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나나, 쑥, 부추와 같은 과일·채소류로 3년 8개월간 125개 품목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카피르라임, 사우얼솝, 천궁과 같은 침출차나 주스 원료가 61건, 쿠민, 고수, 산초와 같은 향신료가 37건, 수두구, 울금뿌리와 같은 약재가 13건 이었다.
개별 품목을 들여다보면 바나나가 총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우얼솝이 26건, 카피르라임 15건, 쿠민 14건, 바질 13건, 드럼스틱트리와 소두구가 각 10건, 파인애플 9건, 쿨란트로 8건, 망고와 쑥이 각 6건 순이다.
잔류농약 초과검출 농산물이 가장 많이 수입된 국가는 베트남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산 농산물 총 48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약이 검출됐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0건이 사우얼솝으로 드러났다. 이어, 필리핀이 39건, 태국 38건, 중국 37건, 인도 36건, 인도네시아 11건 등 상위 8개국이 아시아권 국가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이어트용 침출차 원료로 인기를 누리며 점점 수입량을 늘여온 히비스커스는 모두 4차례 기준치 초과 농약이 검출됐다. 4건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된 것으로 살충제 성분인 사이퍼메트린이 초과 검출된 것 또한 동일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에 수입된 인도네시아산 히비스커스 6200킬로그램은 기준치의 16배에 달하는 사이퍼메트린이 검출되어 다행히 생산지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동민 의원은 “수입영업자들은 수입하려는 농산물이 현지에서 올바른 농약 사용 하에 생산되는 지에도 관심을 두어야 통관 단계에서 더 큰 손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입 농산물과 수입 식품 소비 트렌드가 점점 다양해지고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의 역할에도 국민 관심과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