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③]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 재난…우리는 얼마나 준비됐을까

[기후변화③] 코앞까지 다가온 기후 재난…우리는 얼마나 준비됐을까

기사승인 2018-10-31 05:00:00

[편집자주] 지난 여름, 기상청 직원들은 강원 홍천으로 달려갔다. 비교적 선선한 지역이라 여겨졌던 홍천의 수은주가 41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폭염의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연일 ‘가마솥더위’가 이어졌고, 밤에도 열대야에 시달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향후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한국인의 건강,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살펴봤다. 

재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국가가 개인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바로 재난을 사전에 감지해 알려주는 기능이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재해 사후처리보다 예측과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 “폭염 예·경보, 피해 예방에 가장 효과적” 이라는데…폭염 특보 허점 ‘숭숭’

전문가들은 재난 약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 폭염 예·경보 체계 강화를 꼽았다. 지난 4월 ‘한국위기관리논집’에 실린 ‘폭염 재난 약자 보호를 위한 재난 레질리언스 강화 방안’ 논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예·경보 체계 강화를 가장 효과적인 폭염 대비책으로 인식했다. 재난 대응 기반시설 확충, 무더위 쉼터 운영 등에 비해 중요도가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 폭염 예측에 실패했다. 기상청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8월 날씨는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지난 30년 평균치와 비슷한 25~26도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결과는 달랐다.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 7월30일부터 38도 이상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애초 예측과 10도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기상청이 발령하는 폭염 특보 일치율(전체 특보 중 일치한 특보의 비율)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폭염 특보 일치율은 지난 2012년 82.1%를 보였으나 2016년에는 78.1%에 그쳤다. 

당일 아침에서야 발령되는 특보는 실효성을 떨어트린다. 선행시간이 짧으면 정보로서 효용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폭염 정보는 시민에게 빨리 전달될수록 좋다.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지난 2012년~2015년 기상청 폭염 특보를 분석해본 결과, 선행 시간은 평균 5시간 이내였다. 폭염 특보가 대부분 당일 오전 9시~낮 12시에야 발령된 셈이다.

폭염특보의 기준 온도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폭염 특보는 ‘폭염 주의보’와 ‘폭염 경보’ 두 가지다. 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그러나 온열질환자는 폭염특보 기준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발생한다. 지난 2010년~2015년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3800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47%는 폭염 특보 발령 전 질환이 발생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7월15일~21일에는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망자 7명 중 3명이 폭염특보가 내려지지 않았던 경남에서 나왔다.

채이라 환경정책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야외에서 일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30도부터 임계점이 올 수 있다”면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지역, 계층에 따라 다르다. 일괄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33도, 35도 기준을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대한 장기예측도 필요하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기상청이 폭염에 대한 장기예측을 하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질책이 나왔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앞으로 7일까지 폭염을 예보한다. 일본은 중기 예보를 하면서 동시에 고온주의, 열사병 주의예보를 1주 단위로 제공한다”며 “우리 기상청은 아직 폭염에 대한 중장기 예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폭염일수가 10년 전보다 8배 가까이 늘었다”며 “폭염을 예측하고 알려 대비하게 하는 주무부서가 기상청인데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 곡물 자급률 ‘꼴찌’ 수준…식량 안보 명문화는 ‘요원’

식량 안보도 문제다. 이번해 농촌은 폭염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월13일 까지 집계한 폭염 피해 규모는 여의도 2.8배인 2335ha다. 과수, 채소밭 등이 일소(햇볕 데임) 혹은 고사 피해를 입었다. 축산물의 경우에는 체온 조절이 어려운 닭을 중심으로 543만9000마리가 폐사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물가는 껑충 올랐다. 지난 8월19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시금치의 가격은 한 달 새 50.1%가 상승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4위 곡물 수입국이다. 지난 2013~2015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해 한국 곡물 자급률은 24%다. 세계 꼴찌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 곡물 자급률은 102.5%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는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으로 식량안보를 보장하려는 논의는 활발하다. 그러나 소득은 없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식량안보 개념이 없다.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농정개혁 연속토론회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헌법에 ‘식량안보 의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2017년 한국농업법학회 추계학술대회’ 참석자들도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을 헌법에 담아 국민 먹거리 기본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월22일 정부가 공개한 헌법 개정안 전문에서 식량 안보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농업의 공업적 가치’가 언급됐을 뿐이다. 농업계에서는 식량안보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를 우리 정부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른 국가들은 식량안보를 자국 헌법이나 법률에 반영해 지키도록 하고 있거나 중장기적으로 먹거리 위기에 대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지난 1957년부터 CAP(공동농업정책)를 통해 식량 자급률 제고를 도모해왔다. 미국 역시 농업ㆍ농촌 보호정책을 전개해오면서 현재 곡물자급률이 125.2%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식량 자급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하위권이었던 스위스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 책무를 연방헌법에 명시, 농가소득 안정과 식량자급률 유지 등의 목표를 달성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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