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 가서는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4일 타계한 고(故) 신성일의 부인 엄앵란이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엄앵란은 이날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생의 동반자로 55년을 함께 한 고인을 떠나보낸 심정을 밝혔다.
엄 씨는 고인을 두고 “대문 밖의 남자지 집안의 남자가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는 영화만 하러 다녔다”며 “집에서 하는 것은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했는데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어 그는 “우리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어서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그걸 볼 때 정말 가슴 아팠다.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화려한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생각에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말했다.
또 고인은 차녀 수화 씨에게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가서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존경할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앵란은 마지막으로 “우리 남편이 돌아가셨는지 확인하려고 제주도에서도 전화가 왔다. 어떤 남자는 울기도 했다”며 “그런 팬들의 변화를 겪고 나니까 우리의 가정사나 사생활은 완전히 포기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도 열심히 살아야지, 흉한 꼴 보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1964년 11월 세기의 결혼식을 했다. 두 사람을 보러온 하객과 시민이 40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생활 습관 등의 이유로 별거를 시작했고, 신성일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외도를 서슴없이 공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이혼한 줄 아는 사람도 많았지만, 두 사람은 이혼하지 않았다.
2016년 엄앵란이 유방암 판정을 받은 후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하게 되자, 오랜 기간 집을 나간 신성일이 돌아와 엄앵란을 간호했다.
이후 지난해 6월 고(故) 신성일은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전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왔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4일 새벽 향년 8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6일 진행되며 장지는 경북 영천이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