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합승은 유쾌했다”…20대 女기자의 카풀 출퇴근기②

범죄의 온상이라고?…카풀에 대한 막연한 오해들

기사승인 2018-11-07 0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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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대’ ‘여성’ ‘여기자’는 특정 이미지를 덧씌우는 단어다. 기사 제목에 매번 ‘女’자를 넣는 관습 또한 개선돼야 한다. 이번 체험기는 예외다. ‘누구나’가 아닌 ‘젊은 여성’이 바라본 카풀 서비스를 설명하려고 했다.]

5시57분. 차가 오자마자 타야겠다는 생각에 약 3분 먼저 나가 있었다. 드라이버의 차가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앱을 통해 확인 가능했다. 자동차 모양의 작은 아이콘이 직관적이었다. 일일이 문자 또는 전화 등을 이용해 “어디쯤 오셨나요?” 하고 물어볼 필요가 없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인이 탈 차를 미리 살필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더의 경우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없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동차가 쉽게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 풀러스 앱은 매칭된 차의 번호와 색깔, 차종 등을 미리 라이더에게 제공한다. 짧은 시간 내에 라이더가 드라이버의 차 알아볼 수 있는 이유다.

[체험기] “합승은 유쾌했다”…20대 女기자의 카풀 출퇴근기②탑승 예정 시간이 지나면 ‘탑승 중입니다’라는 말로 카풀이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아직 탑승하지 않았다면 ‘신고/도움’ 아이콘을 클릭해 앱에 문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사히 탑승했으므로 눌러보진 않았다. 카카오 택시 서비스에도 있었던 안심 메시지 보내기 기능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차가 도착하자 잽싸게 달려가 인사했다. 프로필을 얼굴 사진으로 지정해놓지 않았던 터라 드라이버에게 라이더임을 알려야 했다. 습관적으로 뒷문을 열었다. 문득 ‘혹시 기분이 상하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뒷자리에 앉아도 괜찮겠냐 묻자 흔쾌히 그러라는 답이 돌아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뒷좌석에 탑승했다. 

시간이 갈수록 편한 몸과 불편한 마음의 간극이 커졌다. 몸은 편한 게 당연하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로 데리러 오지 않았나. 심지어 차는 택시보다도 좋다. 따뜻하게 데워진 시트에 몸이 노곤해질 정도로. 잠이 쏟아지려는 것을 참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만큼 마음은 불편했다. 너무 편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있자니 절로 눈치가 보여 허리를 바짝 세웠다.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렸으며, 그마저 질릴 때는 가끔 창밖을 봤다. 음악은 없었고 차 안은 조용했다. 택시를 탈 때는 피곤하면 그냥 눈을 감고 잤는데 카풀에선 그게 되지 않았다. 정당한 금액을 지불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차에 얹혀 가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그렇게 15분쯤 갔을까. 드디어 침묵을 깨고 드라이버가 물었다. 

“신림역 아무 데나 내려드리면 되나요?”

“네, 편한 곳에 내려주세요”

“네, 네”

드라이버와의 첫 대화는 그렇게 맥없이 끝났다. 침묵은 이어졌다. 탑승한 지 30분이 지났을 무렵 질문을 건넸다. “하차 처리는 어떻게 되나요?” 용기 내 먼저 던진 한마디가 꼬리를 물고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생각보다 대화는 유쾌했으며 드라이버는 매너를 지켰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처음 차에 올랐을 때보다 한결 편해진 마음을 느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갈수록 의문부호가 생겼다. 카풀 서비스는 정말로 범죄의 온상일까? 적어도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가졌던 고정관념과 실제로 겪은 서비스 간의 온도 차가 존재함은 분명했다. 우리는 이 서비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비판하고 있는 걸까? 

다음은 드라이버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카풀 드라이버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됐나?

A: 1년 반 정도 됐다. 늦게 시작한 편이다. 카풀 서비스가 나온 지는 2년 정도 지난 것으로 안다.


Q: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만났던 라이더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A: 있다. 어떤 사람이 뒷자리에 타서 이어폰을 끼고는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감정이입을 해서 소리 높여 부르더라. 부르지 말라고 말하기 무서워서 내버려 뒀다. 그 밖에 별다른 안 좋은 일은 없었다.


Q: 오늘 처음 카풀 서비스를 이용해보는데 차가 잘 안 잡히더라. 럭시와 풀러스를 둘 다 다운받아서 신청했는데, 매칭이 쉽지 않았다.

A: 럭시가 지금도 서비스를 하고 있나? 몰랐다. 카카오에서 인수한 것으로 아는데. 럭시는 거의 유명무실하다.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초창기 풀러스와 럭시 말고 앱이 또 하나 있었는데 론칭하고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더라. 그 이후 럭시도 앱은 다운 받아놨는데 라이더가 많이 없었다. 무엇보다 럭시에 있는 라이더는 대부분 풀러스에도 있다. 어차피 풀러스 라이더가 더 많아서 그냥 풀러스만 이용한다.


Q: 드라이버들도 라이더를 태울 때 불안할 수 있지 않나. 어떤 사람이 자기 차에 탈지 모르는데.

A: 그렇다. 그래서 주로 별점을 본다. 최종 매칭이 되기 전 라이더의 평점을 볼 수가 있다. 5.0 만점에 웬만하면 4.7 이상이 아니면 매칭을 수락하지 않는다. 신규 회원의 경우 ‘NEW’라고 뜬다. 약 5번 정도 이용한 뒤부터는 신규 라이더의 평점도 나온다. 웬만하면 대부분 평점이 4.9에서 5.0을 왔다 갔다 한다. 별문제 없다는 가정하에. 모두 매너를 지킨다. 본인 평점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괜히 동승자를 불편하게 했다 평점이 깎이면 어떡하나. 그게 반영이 되면 차후에 누군가 ‘어, 이 사람 평점 안 좋네’ 이러고 매칭을 거부할 것 아닌가. 그런데 중간에 보면 4점 초반대나 3점대 회원도 있긴 하다. 그 정도로 평점이 안 좋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다. 


Q: 용돈 벌이는 되는 편인가.

A: 서비스가 막 시작됐던 때는 (용돈 벌이가) 좀 됐었다. 그때는 풀러스에서 인센티브를 되게 많이 줬다. 건당 추가로 5000원씩 더 줬다. 라이더들도 많았다. 라이더 쿠폰이 많이 나오니까 (이용자가) 넘쳐났다. 어떨 때는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데 세 번 (카풀을) 한 적도 있다. 회사 근처에서 중간 지점, 거기서 다른 사람을 픽업해서 또 다른 중간지점, 내려준 다음 마지막으로 픽업해서 집 앞까지. 그게 가능할 정도로 라이더가 많았다. 지금은 라이더가 많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 한다. 인센티브도 없어서 지금은 딱 기름값만 나오는 수준이다. 사실 기름값도 감지덕지지만.


Q: 라이더가 줄었다고 했는데, 앞으로 더 줄어들까.

A: 카풀 앱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다. 앱에서 쿠폰을 뿌리지 않는다면 수요는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에서 쿠폰을 좀 뿌려줘야 저렴하게 차를 탄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장거리 이동하는 분들은 카풀을 잘 안 한다. 일단 금액이 적은 금액은 아니니까. 항상 택시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일반 대중교통, 즉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되는 사람들이 카풀을 이용하진 않을 거다. 


Q: 택시 기사들은 멀리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나. 그래서 카풀도 그럴 줄 알았다.

A: 만약 드라이버가 영리 목적으로 카풀을 이용한다면 그럴 수 있다. 이왕 가는 거 장거리면 좋겠지. 그러나 일반적으로 집 가는 길에 라이더를 태운다는 개념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면 거리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 그리고 라이더들이 단거리를 많이 이용한다. 싸니까. 지하철 타도 환승까지 하면 1600원 정도 나오지 않나. 카풀로 하면 3000~4000원 정도면 편하게 갈 수 있어서 (라이더들이) 많이 이용한다.


Q: 교통사고가 난 적은 없나.

A: 없다. 기본적으로 풀러스 드라이버들은 활동하려면 자동차 보험이 있어야 한다. 혹시 사고가 나면 동승자도 보상을 받게 (풀러스가)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보험은 드라이버 부담이다. 운전자들은 보통 동승자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을 들어놓는다. 해당 항목이 빠진다고 해서 보험료가 확 낮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Q: 라이더 합승도 가능한가.

A: 만약 라이더에게 일행이 있어서 2명 혹은 3명이 타지 않는 한 라이더 간 합승은 불가능하다. 동시에 여러 라이더를 태울 수가 없다. 어떤 라이더를 태워서 운전하는 도중에 앱 조작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Q: 탑승 시간을 5시 50분으로 하니까 매칭이 잘 안 되더라. 

A: 저도 원래 6시 퇴근이다. 카풀 하려고 일찍 나온 거다. 6시 전에 올려놓으시면 매칭이 쉽진 않다. 물론 아침 출근길에도 한다. 전날 자기 전, 그러니까 밤 10시 전까지 올려놓으면 될 거다. 아니면 더 일찍 8시나 9시쯤 올려도 되고. 


Q: 매칭됐는데 라이더가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나.

A: 당연히 있었다. 그런 경우는 신고할 수 있다. 드라이버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연락도 없고 나오지도 않은 경우, 5분이 지나면 신고할 수 있다. 신고하면 3000원이 드라이버에게 주어진다. 3000원은 노쇼를 낸 라이더한테 부담된다.

예전에 한번 노쇼를 낸 라이더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다. 만약에 드라이버가 라이더에게 전화를 걸고자 ‘통화하기’ 기능을 이용할 경우, 라이더는 드라이버의 진짜 전화번호를 볼 수 있다. 전화를 건 드라이버는 라이더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변환된 번호로 뜨기 때문이다. 


Q: 카카오 카풀을 두고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 카카오 카풀로 넘어갈 여지가 있나

A: 있다. 이미 앱은 다운받아 놓았다. 현재 카카오 드라이버 등록을 하고 심사받는 중이다. 안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한 조건이 있더라. 승용차가 출고된 지 7년 미만이어야 한다. 제 차는 10년 됐다. 거기서 아마 탈락하지 않을까. 나름 (카카오에서도) 기준을 정한 것 같더라. 노후 차량은 받지 않겠다고.


Q: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A: 안다. 파업도 하지 않았나. 얼마 전 뉴스를 봤더니, 택시 기사들이 파업했을 당시 카풀 앱 이용자가 10%인가 30%인가 늘었다고 하더라. 그분들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않나.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는데. [체험기]③에서 계속…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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