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교통사고 후유증’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12-28 14:40:01

교통사고 후유증(Whiplash-associated disorders, WAD)은 일반적으로 사고 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환자가 주관적으로 장애를 호소하거나,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외상의 치료 후에 나타나는 각종 후유증을 말한다. 교통사고는 심각한 외상을 동반하는 사고도 많지만 겉으로 아무런 상처가 없을 정도의 가벼운 접촉사고도 많다.

많은 경우 큰 부상이 없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후유증은 긴 시간 후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외상이 없더라도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교통사고에 대한 한방치료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비용부담 없이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는 대부분 ‘정차 중 후방 차량에 의한 추돌’이 가장 많다.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목이 후방으로 휘었다가 바로 앞으로 튕겨 나가고 다시 뒤로 꺾이게 된다. 이 때 경추(목뼈)의 신경과 인대, 근육이 과도한 움직임으로 인해 손상을 받게 되는데 이를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재흥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들 후유증은 MRI, CT 등 검사를 해도 정확히 알 수 없을 때가 많고 통증과 운동제한과 같은 자각 증상만 뚜렷하게 지속되는 특징을 가진다. 주증상은 목이 뻣뻣하고 통증이 있고, 어깨가 무겁고 뻐근하다. 허리나 다리가 아프고 저린다”라며 “또 두통이 있으며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팔이 저리고 붓는 느낌, 눈이 침침한 느낌, 속이 메스껍고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는 심리적 충격이 상당한데, 과민 상태(불면증, 분노 폭발, 집중력 감퇴, 놀람 등)가 지속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우울, 불안, 일상생활에 대한 집중곤란, 흥미상실, 대인관계에서 무관심하고 멍청한 태도를 보이면서 짜증, 놀람, 수면장애 등을 보인다. 정신적인 무감각과 부정 피로, 두통, 근육통 같은 신체증상 등이 나타나고, 흔히 기억장애나 공황장애, 미칠 것 같은 과잉행동, 심리적 위축도 나타난다.

조 교수는 “교통사고 후유증은 만성화될 수 있다. 특히 사고 이전에 디스크와 협착증 등 척추질환을 가지고 있었거나 고령의 환자라면 그 후유증은 더 크고 오래 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한방치료 등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한방치료를 받는 주요 대상은 교통사고 후에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 수술 후 가료 및 안정이 필요한 환자, 한방 및 의과 협진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방병원에서는 한약과 침을 사용하고, 약침이나 봉독·추나·물리치료를 병행해 교통사고로 인한 근육이나 인대 손상을 치료한다. 또 몸에 쌓인 어혈을 제거해 경락의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신체의 균형을 회복시켜 통증을 없애고 장애를 최소화한다. 어혈(瘀血)이란 정상적 생리 기능을 상실한 혈액이 우리 몸 속 내부에 쌓여 풀어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을 말한다. 찌르는 듯 한 통증이 있고 야간에 심하며 한곳에 머물러 있는 특징이 있다. 어혈을 풀지 않고 단순히 근육과 인대만을 치료하게 되면 치료기간이 길어지며 치료에 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어혈을 없애는 치료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환자의 1/3은 사고 후 4주 정도면 회복이 되고, 1/3은 6-12개월 정도의 중장기로 증상이 지속된다. 나머지 1/3의 환자는 1년 이상 증상이 계속되는 만성 통증 환자로 진행될 수 있다. 동일한 통증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그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해 보다 확실한 치료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외상성 충격으로 인한 통증은 아직까지 명확한 검사법이나 치료약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인내심을 갖고 통증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꾸준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교통사고 후유증은 적어도 지금보다 병세가 더 악화되거나 평생 고질병으로 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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