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한파가 기승이다. 차가운 날씨만큼 조심해야 하는 것은 빙판길 낙상이다.
어르신은 추운 겨울철 외출을 꺼린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낙상의 위험을 낮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르신은 햇빛을 보지 못하면 근감소증으로 불리는 근력이 약해지기 쉽다. 대부분 고령으로 인한 골다공증 증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골절을 피하기 어렵다.
◇움직일 수 없다고 호소하는 고관절 골절= 전형적인 고관절 골절은 어르신이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서, 혹은 걸으려고 하다가 옆으로 비스듬히 넘어지는 형태다. 낙상의 충격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외상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 넘어진 자세에서 움직일 수 없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은 척추와 하지를 연결해주는 관절로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매우 힘든 부위다. 대부분의 환자는 꼼짝 않고 누워있어 ‘움직일 수 없다’고 표현한다. 이로 인한 욕창, 폐렴, 요로 감염, 심혈관계 합병증 등이 발생해 급격한 노쇠로 접어들기 쉽다.
각종 합병증으로 인해 고관절 골절 환자의 30%가량이 골절 후 2년 내 사망에 이른다. 여러 질병 가운데 고관절 골절만큼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쉴 수 없는 고관절, 최대한 빠른 수술과 운동으로 회복해야= 고관절 골절은 최대한 빨리 환자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한 치료 원칙이다. 의료사고에 가장 엄격하고 민감한 미국에서도 24~48시간 내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보고 되고 있다. 또한, 수술 대기 시간이 짧을수록 합병증과 사망률도 낮아진다고 파악된다.
고령의 환자에게 전신마취를 통한 수술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관절 수술은 시간을 방치하면 발생하는 위험성이 훨씬 크다. 수술 후에도 가능한 조기에 체중 부하를 포함한 보행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고관절은 한 순간도 쉬지 못하는 관절이기에 환자가 통증 없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체중부하 운동을 시행한다.
◇작은 실천으로 골절 예방하는 습관 키워야= 비타민D는 체내 근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음식과 햇빛으로 피부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되지만, 고령 여성의 약 90%가량은 결핍으로 진단된다. 부족한 비타민D는 약물로 보충하는 것이 좋다.
단, 칼슘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기에 병원에서 골다공증 검사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근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도 뼈 건강에 도움 된다.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실천으로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집에서는 걸려서 넘어질 수 있는 문턱을 없애고 화장실이나 욕조 바닥에 미끄럼 방지 타일이나 패드를 설치하는 것으로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빙판길이나 경사면 근처에는 가지 않거나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훌륭한 예방법이 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유기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