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가죽재킷에 흰 바지, 코 밑엔 시옷자 수염. 전설적인 영국 록 밴드 퀸의 메인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쏙 빼닮은 사내가 외쳤다. “에-오!” 그러자 수백 명의 관객이 “에-오!”하며 같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사내의 이름은 롭 코머(Rob Comber). 퀸 헌정 밴드인 더 보헤미안스(The Bohemians)의 보컬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더 보헤미안스가 지난 3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고양, 대구를 돌며 공연하기 위해서다. 4일 열린 서울 공연엔 1500여명의 관객이 들었다. 밴드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등 퀸의 명곡 24곡을 불렀다. 1996년 영국에서 결성된 더 보헤미안스는 그동안 전 세계를 돌며 1000회 이상 공연해왔다.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시작된 ‘퀸 열풍’은 새해에도 뜨겁다. 영화관에서 시작된 돌풍은 화면을 뚫고 공연장으로 이어졌다. 국내 유일의 퀸 헌정 밴드인 영부인밴드도 여기에 가세했다. 오는 12일 서울 어울마당로에 있는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연다.
영부인밴드는 1997년 PC통신 나우누리 퀸 팬클럽 ‘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운영하던 드러머 정관훈이 팬클럽 회원 중 연주가 가능한 사람들을 모집하면서 결성됐다. 신창엽(보컬), 김종호(기타), 안철민(베이스), 박중현(드럼), 문용(건반), 장초영(의상 공연기획)이 그 주인공이다. 매년 프레디 머큐리의 기일인 11월 24일 자비로 추모 공연을 열어온 이들은 난생 처음 기획사의 섭외를 받아 이번 공연을 열게 됐다. ‘라이브 에이드’ 레퍼토리를 포함한 퀸의 명곡들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살아있는 프레디 머큐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오는 23일부터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린다. 10여 년 동안 퀸의 전속 사진작가로 일했던 리차드 영의 사진이 전시된다. 에너지 넘치는 공연 모습부터 생일 파티 장면까지 다양한 사진이 관람객들을 만날 전망이다. 다만 전시회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인사동9길에 있는 아라아트센터가 유력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라아트센터 측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프레디 머큐리와 리차드 영의 인연은 1978년 12월 31일 시작됐다. 영국 저민 스트리트의 작은 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당시 퀸의 국제 홍보를 맡고 있던 록시 미드의 소개로 가까워졌다. 프레디 머큐리의 측근으로 인정받은 뒤부터 리차드 영은 퀸의 전속 사진작가로 일할 수 있었다. 그가 찍은 사진은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어 카인드 오브 매직’(A Kind Of Magic)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에 전시되기도 했다.
퀸 열풍을 주도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작년 10월 개봉 이후 전날까지 961만 40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가에서도 ‘내 마음을 할 퀸’(MBC), ‘프레디 머큐리, 퀸의 제왕’(KBS), ‘프레디 머큐리, 가려진 삶’(KBS), ‘영원한 퀸, 프레디 머큐리’(히스토리) 등의 다큐멘터리가 지난달 줄지어 시청자를 만났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