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은 자들의 잔치…대우건설, 성과급의 출처는

기사승인 2019-01-29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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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은 자들의 잔치…대우건설, 성과급의 출처는나 하나 편하기 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현재 누리는 것들이 당연하다해서 그 출처 또한 당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주변엔 ‘당연하지만 불편한 일들’이 꽤나 많다. 하지만 대게는 이 불편함에 대해 모르거나, 알면서도 잊고 침묵하는 방법을 택한다.

대우건설의 성과급이 그러하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올해도 1인당 600만원 이상의 두둑한 성과급을 받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성과급은 직장인들에게 있어 가장 확실하고 큰 보상인 만큼 직원들이 기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성과급의 출처는 전혀 당연하지 않아 보인다.

통상 건설사는 다른 업종과는 다르게 한해의 성과급을 당해 연도가 아닌 그 다음해에 받게 된다. 4분기까지 포함한 실적 발표가 이듬해 3~4월경 발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성과급은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성과급은 2017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

지난해 9월말 기준 대우건설의 평균 월급은 650만원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월급의 100%를 받을 예정이라고 하니, 성과급을 받는 해당 월에는 월급을 포함해 약 120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지난해 실적과 분위기는 성과급 잔치를 열만큼 좋지 못하다. 

우선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박창민 사장을 시작으로 비(非)대우건설 출신들을 회사의 CEO로 사용하고 있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내고 있다. 앞서 대우건설을 매각했던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대우건설에 대해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기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2020년까지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여서 재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와 실적향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연결기준 7092억원(65.31%↑), 3749억원(45.36%↑)으로 늘었다. 하지만 매출액은 11조316억원으로 2017년(117억668억원)보다 6.30% 가량 큰 폭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공능력평가에서도 2017년 3위에서 지난해 4위로 한 계단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4분기 실적이 추정치 대비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여전한’ 성과급의 출처는 어딜까. 

대우건설은 지난해 김형 사장의 취임 이후 3개월(6월~9월) 동안 약 16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이탈했다. 상위 10개 대형건설사 중 이탈한 직원이 가장 많았다. 이어 GS건설(-145명), 대림산업(-109명), SK건설(-70명), 현대건설(-55명), HDC현대산업개발(-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사측은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복리후생을 위함’이라며 ‘실적과 상관없이 매년 진행해왔던 복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당연한 것은 없다. 어쩌면 올해 대우건설의 성과급은 이탈한 160명의 꺾인 사기와 실패한 복리후생으로부터 조달받은 돈이 아닐까. 남은 자들의 잔치가 자꾸만 씁쓸한 이유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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