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공전 중이던 임시국회가 7일 문을 연 가운데 주요 쟁점인 선거제 개편을 두고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양측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보지만 합의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선거제 개혁,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골자=선거제 개편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연령 하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은 합의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정수(300석)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연동형과 기존의 병립형을 섞는 안을 내놓으며 방향을 같이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정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현행 선거제도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 253명, 비례대표 의원 47명으로 총 300명이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은 각각의 지역구에서 득표수가 가장 많은 1등 후보자로 정해진다. 남은 47석은 각 정당이 받은 표에 따라 나누어 채운다. 가령 A정당이 정당 지지율 10%를 얻었다면 현행 선거제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54석 중 5석을 얻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게 각각 1회씩 투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A정당은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1등 후보 당선이 유리한 큰 정당뿐만 아니라 소수정당도 일정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당, 권력구조 개편 먼저=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에 적합한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먼저 개편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근거 있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다당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욱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정당 수도 늘어나고 제3·4당도 힘이 세질 것”이라면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다당제가 괜찮지만 대통령제 하에서는 양당제가 낫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도 동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연동형 비례제는 다수 정당이 일정 부분의 의석수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당제에 기반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내년 총선 전까지 이 모든 문제를 끝내려다 보니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다. 정의당은 선거제 개편 이후 개헌 논의를 하자고 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가능해도...본회의 의결은 ‘글쎄’=엇갈리는 입장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오는 10일까지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경우 최장 330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상임위 또는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지정 가능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단합하면 해당 조건 충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조건부 연동형 비례제가 상정될 경우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욱 교수는 “민주당이 명분에 따라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는 반대하고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고 지역구 의원을 줄이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김병민 교수도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올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패스트트랙 처리가 되면 한국당과의 대화는 완전히 깨진다. 그럼 민주당이 온전히 동의할 때만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내 지역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현실화할 수 있겠나”라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안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각 정당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민주당이 당론을 확실히 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 대표는 “법안 표결은 기명 투표다. 각 당의 당론대로 본회의 표결을 한다”면서 “공천 등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당론으로 결정되면 의원들이 이를 위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