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유해물질 노출 등에 의해 증가하는 비흡연자 폐암을 조기 진단하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데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이춘택 교수와 서울대의과대학 강혜린 전임의 연구팀은 최근 급증하는 비흡연자의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데 ‘저선량 흉부 CT’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규명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후향적 연구를 통해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저선량 CT로 폐암 검진을 받은 2만8000여명의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흡연자의 폐암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흡연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간접흡연, 실외 미세먼지, 라돈, 조리할 때 흡입하는 초미세먼지 등 생활 속 유해물질 노출이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흡연 폐암 환자의 경우에도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현재 폐암 진단을 위해서는 흉부 X선, 흉부 CT, 조직검사 등을 시행하다. 기존 CT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낮은 저선량 흉부 CT를 시행하면 엑스레이로 발견이 어려운 초기 폐암까지 발견할 수 있다. 또 일반 CT에 비해 방사선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방사선 피폭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미국‧유럽에서는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저선량 흉부 CT가 폐암 관련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연구팀은 비흡연자 폐암의 경우 선암이 많고,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저선량 흉부 CT가 특히 유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저선량 CT로 폐암 검진을 받은 2만8000여명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약 1만2000명의 비흡연자에서 0.45%의 폐암환자가 발견됐다. 비흡연자의 폐암 빈도는 기흡연자의 0.86%보다는 낮았지만, 92%가 폐암 1기로 기흡연자의 63.5%에 비해 조기에 발견될 확률이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3년의 장기간 동안 1만명 이상의 대규모 비흡연자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해 연구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흡연자 폐암은 조기에 발견 확률이 높아, 추정 5년 생존율이 96%에 달했다. 이는 흡연자 폐암 생존율 67.4%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이춘택 교수(사진)는 “올해 7월부터 국가암검진에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선량 흉부 CT가 도입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검진 사업으로 해외 폐암 학자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저선량 흉부 CT가 비흡연자의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 증명된 만큼, 향후 흡연자 대상 검진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면 비흡연자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폐암학회 학술지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2019년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