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42개 상급종합병원를 포함한 338개 종합병원만으로 정상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순 없다. 하지만 정부정책은 이들에게 집중돼 의료기관 간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말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쓸모가 없고 없어져야하는 곳인가.”
지역‧중소병원의 목소리를 보다 명확하고 강하게 전달하겠다며 지난해 10월, 창립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이하 지병협)가 17일 첫 학술대회를 가졌다.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의약품부작용의 대처방법, 병원세무, 지역‧중소병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나 알아야할 정책 등을 내용으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1200명의 의료인이 참석했다.
학술대회를 개최한 지병협 박진규 공동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소병원은 단순히 규모가 작은 병원이 아니라 한 분야에 특화된 병원이 대부분”이라며 “의료의 질은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싸고 접근성이 높은 한국형 의료제도의 핵심”이라고 서술했다.
이어 최근 대두되고 있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무용론’에 대해 “병상수로 의료질을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병상을 늘리면 질이 올라가냐”고 반문하며 “중소병원의 (환자)만족도가 높아 늘어난 것이며 규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2년 전부터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병협 이상운 의장도 “지금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파괴다. 2~3년 전부터 빠르고 심각하게 왜곡됐다. 현재 절정에 치달았다. 조만간 폭파될 것 같다”며 “대한민국 지도를 펴보면 광역시나 도청소재지를 빼면 병원급이 없다. 의료인력도 도심, 중앙 쏠림이 심각하다”고 첨언했다.
박양동 공동회장은 “빅5로 (지원과 환자가) 집중될수록 진료비는 많이 들고 국민부담은 늘어난다. 당장 내년 증가폭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책임질 것이냐. 정부가 정신 차려야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보장성 강화정책과 각종 가감산제도, 문재인 케어에서 비롯된 여러 보건의료제도가 오히려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을 말살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환자를 위한 진료를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간호사 및 의료인력 수급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보험사의 의료기관 집단소송 ▲카드수수료 인하, 스프링클러 설치, 의료폐기물 배출 등 의료기관 운영관련 제도 현실화 등 지역·중소병원이 직면한 20여개 과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며 대책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