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직원, 환자돈 4억여원 어떻게 밥값으로 썼나

길병원 직원, 환자돈 4억여원 어떻게 밥값으로 썼나

기사승인 2019-04-19 14:59:10

환자가 돌려받아야할 진료비 환급금 4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가천대 길병원 원무팀 직원 2명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이들이 횡령한 돈을 밥값 등으로 사용했다는 점과, 이 같은 환급문제가 관리사각에 놓였다는 점이다.

현재 사건은 횡령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원무팀 직원 2명에 대한 경찰의 참고인 조사까지 이뤄진 상태다. 이들은 조사 당시 “(빼돌린) 환급금을 회식비 등 부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원무팀장 등 기타 임직원이 이를 묵인했거나 가담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직원들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환자가 실제 부담해야할 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납부한 경우 돌려줘야할 과지불금을 환급해준 것처럼 전산으로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착복해왔고, 수사가 진행되자 “(수령대상) 환자에게 연락했지만 찾아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길병원은 “경찰조사 전에는 횡령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두 직원 모두 대기발령조치를 내렸고,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회식비 등 공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친분이 있는 몇몇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등 사적으로 환불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며, 병원이나 건강보험 청구정보를 모두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를 지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들 공공기관의 상위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왜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까.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진료비 등의 환급체계가 관리의 사각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길병원 환불금 횡령사건과 같이 의료기관에서 주말에 퇴원하거나 응급실을 이용하는 야간 등 진료비 심사청구 담당자가 근무하지 않아 과수납이 발생하거나, 2016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예약진료’ 취소에 따른 선납금 반환사유가 생길 경우 관리는 온전히 의료기관에 맡겨진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방문하는 대형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다보니 이를 일일이 챙기기 어렵고, 짧으면 1달, 길면 2~3달이 걸리는 건강보험료 급여심사청구 과정에 따라 환급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더구나 과수납 혹은 선수납 취소로 발생하는 환불은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거래에 해당해 병원이나 환자가 이를 나서서 챙기지 않았을 때, 국가기관이 현지조사 등을 통해 회계장부 따위를 면밀히 살피지 않는 한 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 병원 관계자들은 “환불금이 발생하면 당연히 돌려줘야하는 것”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환급금이 발생하면 개별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돌려주려하지만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 추후 병원을 다시 찾지 않을 경우 일일이 수차례 고지를 하거나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한 병원 관계자의 난색어린 설명에 공감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2016년 새누리당 강석진 의원도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상급병원에서 환자에게 진료예약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는 예약진료비 관련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십억원이 병원 뒷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비난과 함께 국공립병원만이라도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조차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예약취소 등으로 인해 발생한 환불금을 기관에서 확인해 관리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사후 적발 후 처벌이 아닌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병원 임직원의 양심과 관리체계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는 답변이다.

그 때문인지 길병원도 사건발생 후 “사안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이고 관리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환불금이 환자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 정부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과 시간으로 모든 의료기관의 환불문제를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환불금 모두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비급여 진료비 확인제도 등을 이용해 환자 본인이 낸 진료비가 적정했는지, 진료예약 당시 선납한 진료비는 없는지 등 진료비 영수증을 신경 써서 꼼꼼이 챙겨봐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