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흡연 방송’에 아이들 무차별 노출… 정부는 뒷짐만

담배 권하는 방송①

기사승인 2019-04-2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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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흡연 방송’에 아이들 무차별 노출… 정부는 뒷짐만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이용률이 높은 유튜브에서 담배와 흡연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 등 기업 규정에 의존한 제재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보건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알바콜·두잇서베이의 SNS 사용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이용하는 10대의 비율은 응답자의 41.5%에달해 조사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SNS는 유튜브(28.1%)로 나타났다. 10대의 이용률이 높은 유튜브에서 ‘문제적 영상’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유튜버들의 일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흡연과 관련한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실시한 드라마·영화·웹툰·유튜브 등 오락매체 내 흡연 장면 등장 실태 조사에는 정부 정책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는 유튜브에서 담배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구독자 1000명 이상의 11개 채널의 1612개 영상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1172개(72.7%) 영상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이 중 1008개(86%)에서는 유튜버가 직접 흡연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흡연 영상 1168개(99.7%)는 별도의 연령제한 조치가 없어 10대에게 담배와 흡연 행위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영상 제작자들은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거나 청소년 등 신분증이 없는 이들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매하는 요령을 전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유튜브의 실태와 관련해 “구글코리아 내부 규정으로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공적 차원의 제재는 없다”고 말해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황임을 인정했다.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유튜브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며 “공중파 방송 등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공적 기관에서 등급을 분류하는 등의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개인방송이라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글의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관련해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를 보여주는 동영상은 심각한 정도에 따라 시청 연령이 제한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중독성 마약 흡입 또는 제조’ 콘텐츠의 경우, ‘코카인 또는 오피오이드 같은 규제 약품을 남용하는 모습을 묘사하거나 또는 마약 제조법을 알려주는 콘텐츠’ 게시를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채널에 대한 제한 조치 없이 ‘주의’가 주어지고, 위반이 반복되면 ‘경고’ 조치가 적용된다. 경고를 3번 받으면 해당 유튜브 계정이 해지된다.

참고로 담배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중독성 마약류 중 하나다. 우리법은 전자담배(액상형·궐련형)을 ‘니코틴이 포함된 용액 또는 연초 고형물을 전자장치를 이용하여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에 흡입함으로써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담배’로 정의한다. 구글의 규정대로라면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는 마약류로 분류되는 만큼,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의 ‘중독성 마약 흡입 또는 제조’ 콘텐츠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담배’ 명시가 없어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이 유튜브의 커뮤니티 가이드의 구멍을 악용하고 있고, 구글코리아 역시 이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글코리아 측은 별도의 관리 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앞선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금연대책을 수립 중으로 플랫폼 제공자와 제작자 등과 함께 자율 정화나 권고 기준을 만들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대책 마련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자살 보도기준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대책 마련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복지부는 모니터링을 강화, 관련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 각 주체들이 부정적인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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