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무섭다

기사승인 2019-05-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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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시인은 5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창신한 얼굴’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라고 비유했다. 5월을 두고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쓴다’고 말한 이해인 수녀도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씨와 달리 5월을 맞는 많은 이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가정의 달’에 나가는 지출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다. 5월은 죄가 없다. 돈, 항상 돈이 문제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730명을 대상으로 ‘5월 개인 휴가 계획과 예상 경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5월 예상 추가 지출액은 평균 54만원. 지난해 평균 56만원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지만, 금액은 여전히 5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념일별 예상 추가 지출액은 어버이날(8일)이 평균 2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어린이날(5일) 13만원, 부부의날(22일)·성년의날(17일) 9만원, 스승의날(15일) 5만원 순이었다. 기혼 직장인의 예상 평균 경비는 68만원으로 미혼 직장인 48만원보다 20만원 차이가 났다.

‘가정의 달’ 5월이 무섭다이처럼 양가 부모님, 아이 등 챙겨야 할 사람이 많은 기혼자에게 5월은 공포나 다름없다. 어버이날에 맞춰 1년 만기 적금을 동서지간 함께 붓고 있다는 강모(33·여)씨는 “돈을 모았다고 해서 마음의 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혹시 몰라 5월에 들어가야 할 지출을 다음 달로 미루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재정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신혼부부도 5월은 부담이다. 정모(28·여)씨는 “양가 부모님을 모두 챙겨야 해 지출이 2배 늘어났다”며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끼리 할인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등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이 가장 고민된다는 이모(39·여)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어린이날 지출이 두 아이의 선물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놀이공원, 동물원 등 당일 외출 비용은 물론 외식 비용도 추가된다. 부담이 부담을 낳는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도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스승의날이 말썽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박모(37)씨는 “최근에는 어린이집에서도 스승의날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분위기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부모 마음은 또 그렇지 않다”며 “적은 비용을 들여 선물을 마련한다고 해도 담임 선생님만 챙길 수 없어 결국에는 큰돈이 나간다”고 토로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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