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격 없는 원장 남편, 유치원 쥐락펴락…원생·교사 ‘벌벌’

[단독] 자격 없는 원장 남편, 유치원 쥐락펴락…원생·교사 ‘벌벌’

기사승인 2019-05-15 06:38:00

아동 성추행·학대 의혹에 휩싸인 경기 남양주 소재의 한 유치원에서 자격이 없는 원장의 남편이 정규수업을 지휘하고 교사들을 관리·감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원의 자격이 없는 자가 유치원 정규 수업을 지도하는 것은 유아교육법 위반이다. ([단독] “원장 부부싸움에 고속도로 정차” 공포의 유치원 졸업여행-2019.05.13.자 쿠키뉴스 보도)

남양주시 진건읍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H 유치원은 이모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5세, 6세, 7세 각반 담임교사 3명과 이 원장의 남편 김모 이사장이 함께 일을 했다. 김 이사장은 H 유치원 사무직원이지만, 이사장으로 불리며 유치원 운영과 교육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누리과정 정규 수업시간에 수시로 개입했다. 주로 한글 수업 시간대였다. 각 반 담임교사들이 한글수업을 진행하면 어김없이 장구 열채를 든 김 이사장이 등장했다. 아이들을 보겠다는 핑계로 교실에 들어온 김 이사장은 원생을 지목해 일으켜 세운 뒤 한글 읽기를 시켰다. 단어를 읽지 못하면 핀잔과 윽박이 돌아왔다. 

한글 쓰기 역시 고통이었다. 김 이사장은 5·6·7세의 아이들에게 공책에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쓰도록 지시했다. 글자가 선을 넘으면 몇 번이고 다시 써야 했다. 교사들에게도 자신의 교육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게끔 강요했다. 월권인 동시에 심각한 교권 침해다. 게다가 이러한 한글 지도 방식은 ‘놀이’로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누리과정 교육 방식과 전혀 맞지 않는다.

김 이사장이 방과 후 특성화 활동 수업 ‘예스셈’을 진행하며 아이를 학대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예스셈은 주산을 통해 아이들이 수를 익히는 수업이다.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공포였다.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H 유치원에서 근무한 교사들은 “예스셈 수업 당시 이사장은 장구 열채를 들고 ‘너 왜 이것도 못 해!’라고 소리지르기 일쑤였다”며 “수업이 끝나면 항상 우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이사장이 장구 열채로 아이들의 손등을 때렸다는 진술도 있었다. 아이들을 체벌한 후에는 “경찰에 신고하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예스셈 수업이 무섭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며 “당시에는 학대가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예스셈 수업 시간은 김 이사장의 일정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수업은 종종 누리과정 시간 내인 오전 10시에 진행됐다.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2018 방과후 과정 운영 내실화 계획’에 따르면 누리과정 시간 내에는 방과 후 특성화 활동이 금지된다.   

이러한 김 이사장의 전횡에 교사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H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은 대부분 2년 내외의 경력을 가진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김 이사장과 이 원장이 수업 중 교사들을 원무실로 불러 훈계하는 일도 잦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으니 일단 교실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원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이 원장은 “한글 수업은 교사가 지도했다. 김 이사장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 “노트 필기도 교사가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사용을 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스셈 수업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은 오후로 고정돼 있었다. 정규 수업 시간에는 단 한 번도 수업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유아교육과 측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불시에 나갔으나 예스셈 수업과 한글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 위법 요소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자격증이 없는 자가 누리과정 내에 수업을 진행하는지 여부는 도교육청이 진행하는 종합·특정감사가 아니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김 이사장의 교육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길숙 삼육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해당 연령의 아동에게 도구를 이용해 손등을 때리는 것은 명백한 ‘학대’”라며 “한글을 노트에 반복적으로 쓰고 지우게 하는 교육방식 역시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신민경 기자 spotl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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