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문화콘텐츠 외 수도권 최적의 생태관광지로 부상-
- 천연기념물 올빼미과 4종 외 다양한 조류 번식 중-
- 새들의 안락한 쉼터와 번식터로 조건 충분-
- 야생조류센터와 탐조프로그램 운영-
하루 종일 섬을 가득 채웠던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난 5일 저녁, 반달 모양의 남이섬 하늘에는 초롱초롱 별들이 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관람객들의 웃음소리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가 그치고 밤이 찾아오자 여기저기서 야행성 맹금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들리는 새소리는 솔부엉이 소리구요, 조금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는 소쩍새가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이곳 남이섬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덩치가 커 주로 개활지 바위 위에서 번식하는 수리부엉이를 제외하고는 올빼미과(천연기념물 324호) 중 4종이 남이섬 곳곳에서 여러 쌍 번식 중에 있다”고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6·이하 서 대표) 대표는 밝혔다. 46만㎡(14만평) 면적의 남이섬은 직선거리는 1.2km에 불과한데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해 35,000그루의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40년 가까이 조류를 촬영하고 연구해온 서 대표는 3년째 남이섬의 조류 생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이달 말 1박2일 남이섬 탐조프로그램 진행을 앞두고 기자와 함께 야행성 조류의 번식터 야간 모니터링에 나섰다. 알을 품고 있는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3호) 둥지 인근에 서성이자 순간 서 대표의 머리 위를 위협적으로 스치고 지나 바로 앞 나뭇가지에 수컷 솔부엉이가 큰 눈을 껌벅거리고 앉았다. 자신의 영역에 침입자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솔부엉이 둥지 4곳을 확인하고 큰소쩍새(천연기념물 제324-7호)가 있는 둥지로 이동했다. 큰소쩍새는 의외로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잔디밭 한가운데 메타세쿼이아 나무구멍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보통 3~5마리의 새끼를 키우는데 한 마리만 둥지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걸로 보아서는 하루, 이틀 전에 대부분의 새끼들이 이소(둥지 떠나기)를 한 것 같네요”라며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동시에 얼굴을 내밀고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은 관찰이 어려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서 대표의 설명을 듣는 순간 하늘다람쥐가 높은 나무 위에서 날개를 펴고 내려와 맞은편 나무구멍 속으로 몸을 숨겼다.
6일 이른 아침에는 운좋게 귀한 나그네새인 물레새와 대륙검은지빠귀 촬영에도 성공했다. 서 대표와 그린새 팀원들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남이섬에는 8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35종이 번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이섬은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면적대비 새의 밀도가 높고 다양하다.
이처럼 남이섬에 많은 새들이 모여 사는 것은 섬 전체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곤충이나 나무 열매 등 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된 수목이 많아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멍이 많고, 까막딱따구리 외 딱다구리과가 번식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도 수십 개에 이른다. 서 대표는 남이섬을 수십 차례 조사하며 발견한 새들이 번식 가능한 크고 작은 수동(나무 구멍)이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딱따구리가 번식을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서 원앙이나 파랑새 등이 순서대로 혹은 싸움을 통해 둥지를 차지한다.
기존에 달려있는 인공새집에서도 다양한 새들이 번식을 마쳤거나 번식을 준비하고 있다. 6월 초순 현재, 올빼미류가 10여쌍, 꾀꼬리가 10쌍 이상, 동고비가 10여 쌍 등 많은 새들이 번식 중에 있다.
하지만 서 대표는 남이섬의 생태를 조사하면서 아쉬운 점도 이야기한다.남이섬은 섬이란 특성상 섬 밖으로 동물들이 빠져 나갈 수 없고 천적이 별로 없어 다람쥐와 청설모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큰부리 까마귀가 역시 까치를 몰아내는 추세여서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단다.
이처럼 남이섬에서 사람을 비롯해 동식물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는 남이섬 설립자 수재 민병도 선생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 “섬 숲에 새가 많았으면 좋겠다. 개발을 하지 말고 꽃과 나무를 잘 가꿔라.”-
2006년 2월 남이섬을 방문한 민 씨는 한류열풍으로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유언을 남겼다. 남이섬을 삶의 일터로 모여 사는 모든 사람들은 설립자의 마지막 당부를 오늘까지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조선어 큰사전’을 펴냈고 한국은행 총재직을 지낸 민병도 선생은 1965년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남이섬을 사들였다. 원래는 뭍이었으나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섬으로 변한 불모지를 왜 사느냐며 주변의 만류도 심했지만 민 씨는 묵묵히 황량한 모래땅 위에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어린 나무들이 죽으면 또 심기를 반복하면서 잣나무, 전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키워나갔다.
남이섬을 대표하는 메타세쿼이아 군락도 1968년 수원 서울농대 수목원에서 묘목을 구입해 심었다. 숲 조성에는 평소 형제처럼 지냈던 천리포수목원의 민병갈 원장이 자문 역할을 했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남이섬은 몇 차례 위기도 겪었다. 나무들은 말없이 하루하루 성장했지만 남이섬은 IMF를 맞아 회사경영이 어려워지고 직원들도 대부분 떠나면서 한때 쓰레기 섬으로 변하고 매각 위기도 맞았다. 하지만 남이섬에 남았던 30여명의 직원들은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융자받아 남이섬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하였고,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청정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섬으로 바꿔놓았다. 현재 남이섬은 유니세프홀, 환경학교, 녹색가게와 같은 시민단체(NGO)의 체험활동이 활발하고 국제 안데르센상을 공식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이 됐다.
남이섬은 해마다 외국인 관광객 120여만 명을 비롯해 내외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 이상 다녀가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이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에코 아일랜드’(생태 관광섬)로서도 손색이 없다.좁은 공간에서 다양하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로 접근성도 좋아 탐조교육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남이섬의 이청원 경영지원팀장은 “남이섬은 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남이섬에서는 탐조 프로그램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남이섬의 중요한 콘텐츠의 하나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탐조문화의 역사가 깊은 유럽과 달리 우리는 이제 막 탐조에 대해 눈을 뜨고 있는 시점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우며 탐조의 최적지인 남이섬이 ‘딱다구리학교’, ‘남이섬 탐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탐조 문화를 선도하려는 시도는 고무적”이라며 “이론과 실습을 겸비할 수 있는 남이섬이 탐조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숲해설가처럼 생태조류해설가를 키워내는 일도 앞장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서정화 생태사진가‧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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