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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제아 “난 채우고 더 나아가”

제아 “난 채우고 더 나아가”

이은호 기자입력 : 2019.06.26 07:00:00 | 수정 : 2019.06.25 22:21:43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서른 살을 눈앞에 둔 여성 A는 요즘 고민이 많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믿어왔는데, 정작 자신은 ‘나이 때문에…’라며 선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A의 이야기를 들은 제아의 대답은 명쾌했다. “막상 서른 되잖아요? ‘개’재밌어요, 진짜!” 그는 “40대가 되면 인생이 더 재밌어질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나 30대에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라고 스스로 방향을 잡는 게 제일 중요해요.” 새 싱글 ‘뉴셀프’(New Self) 발매를 앞두고 서울 한남대로 미스틱스토리에서 만난 제아가 들려준 조언이다.

제아라고 처음부터 나이에 무감했으랴. 젊음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연예계에서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주의)는 특히 극심하다. 제아는 ‘식스센스’ 활동을 마친 뒤, 당시 매니저로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를 해체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 멤버들 모두 각자의 길을 가면서 때에 맞춰 결혼도 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제아는 고작 31세였다. 그는 이런 황당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말 그럴까요?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나요?”라고 대답하는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지금이라면 ‘이게 무슨 헛소리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데….” 제아의 얼굴에 다시 유쾌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꿈을 꾸는 난 두렵지 않아”

지난 20일 공개된 ‘뉴셀프’의 타이틀곡 ‘디어루드’(Dear Rude)는 무례한 말로 상처 입히는 자들을 향한 일격이다. 제아는 2013년 이 노래를 처음 썼다. 발라드 가수 이미지가 강한 자신에게 노래가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 긴 시간 노래를 품에만 가둬두다가, 작년 여름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일단 하자. 춤이니 비주얼이니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고, 일단 할 말만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마음가짐은 노래 가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제아는 “작사가와 ‘나는 다 할 수 있는데, 주변에선 왜 이렇게 말들이 많지?’라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의 가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디어루드’는 때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폴 인 라인’(Fall in line)과 같은 비장함을, 때론 비욘세의 ‘후 런 더 월드’(Who run the world) 같은 패기를, 그리고 마돈나의 ‘아이 라이즈’(I rise)가 전했던 용기를 보여준다. 그는 “내가 여자이다 보니까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겼다”며 “먼저 걸어온 언니 혹은 친구로서, ‘나는 이랬는데 너도 힘들었지? 더 이상 안 힘들어도 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난 뭐든 할 수 있다’(I can do anything whatever)는 포효는 유리천장을 부술 만큼 맹렬히 쏟아지면, 래퍼 치타의 랩이 이어진다. ‘우리’를 억압하는 ‘너’를 향한 재치 있는 일갈이 통쾌하다. 

제아는 “음반을 만들면서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고 했다. 주변인들에게서 받은 격려가 큰 힘이 됐단다. 특히 여자 후배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티저가 공개될 때마다 ‘노래가 궁금하다. 무척 기대된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민제홍 감독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민 감독은 ‘디어루드’에서 영화 ‘캡틴마블’을 떠올렸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80개 정도 준비”한 끝에 좀비물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완성됐다. 제아는 “단역 배우 한 분 한 분부터 감독님까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나는 경차를 기대했는데 외제차가 온 격”이라며 웃었다.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제아, ‘반달이’를 만나다

제아는 3년 전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사람에게서 얻은 상처가 커 일상이 무기력해졌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한편,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차단”했다. 부정적인 말들에 귀를 닫고, 스스로에게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라고 물으며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제아는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다보니 사람이 넓어지고 여유로워졌다”며 “이젠 시답지 않은 욕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반려견 반달이가 있다. 제아는 2013년 방송한 온스타일 ‘펫토리얼리스트’를 통해 반달이와 처음 만났다. 처음엔 포메라니안을 입양하고 싶었던 제아는 하지만 반달이를 처음 본 뒤 마음을 뺏겼다. 그는 “반달이가 오면서 집의 공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달이 덕분에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뉴셀프’와 동명의 수록곡 ‘뉴셀프’는 반달이로 인해 달라진 제아의 삶을 들려준다. 가사에 등장하는, ‘나’를 강하게 만든 ‘너’의 존재에 반달이를 투영했다는 설명이다. 가수 진보가 이 곡의 작사·작곡‧편곡에 힘을 보탰다.

“난 채우고 더 나아가”…제아의 ‘뉴 셀프’

연습생 시절부터 서울 홍대 인근에서 1000번에 가까운 ‘실전’ 테스트로 실력을 쌓은 제아는 2006년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로 데뷔해 ‘실력파 보컬’로 이름을 알렸다. 제아가 그룹 빅마마의 멤버 이영현과 함께 부른 영화 ‘하모니’ OST ‘하모니’는 많은 이들이 ‘인생 곡’으로 꼽는 노래이기도 하다. 제아는 “많은 분들이 내 대표곡으로 ‘하모니’를 떠올려 주시는데, 이번 ‘디어루드’를 준비하면서 ‘이 노래가 나를 대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계에 부딪히며 성장한다고 했다. SBS모비딕 ‘쎈마이웨이’ 같은 상담 콘텐츠나 각종 강연 등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해나가며, 제아는 “인생 참 재밌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요즘 그에겐 ‘언니가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후배 여성 뮤지션들의 응원이 자주 와 닿는다. 책임감이 생겼느냐고 묻자 제아는 “내 코가 석자”라며 웃었다. 하지만 남성중심의 시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성 뮤지션의 존재는 그 자체로 동기 부여가 된다. 제아는 ‘오래 활동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죽을 때까지 할 건데?’라고 대답한단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누군가 그로 인해 힘을 얻는다고 하니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디어루드’ 2절 가사에 ‘난 채우고 더 나아가지’라는 구절이 나와요. 그게 ‘새로운 나’로서의 제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 같아요. 누군가의 말 때문에 흔들릴 필요는 없어요. 그건 그 사람의 시야가 딱 거기까지인 거니까요. 대신 나를 채우고 더 나아가야죠. 몽땅 부수어버리고 싶은 현실에서라도 뭔가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지 말고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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