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혐의 부인·부족한 정부 지원…‘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

기사승인 2019-08-14 0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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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처벌과 정부 지원이 여전히 더디고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13일 오전 김모 애경산업 CRM(고객상담) 팀장을 위증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에 따르면 김 팀장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의 공판에서 허위 진술을 한 의혹이 있다. 김 팀장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증거인멸과 은닉을 진행한 애경산업 GATF팀의 구성원이다. 가습기넷은 “향후 예정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공판에서 허위 진술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공판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약 8개월의 재수사 끝에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34명을 기소했다. 이중 다수는 유해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6년 1차 수사 당시에는 CMIT·MIT와 피해의 인과 관계가 설명되지 않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안 전 대표 등은 2차 수사에서 불구속 기소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 방해 관련 공판도 진행된다. 검찰은 애경산업 등으로부터 고용된 브로커 양모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양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애경 측에서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가습기넷은 애경 등 가해기업들의 불법 로비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를 강하게 촉구 중이다.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지원 역시 구멍이 많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현행 지원 제도의 6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조위는 ▲지나치게 협소한 건강 피해 인정 ▲질환별 피해인정 방식의 한계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피해자 차별 ▲판정기간 미준수 등으로 피해 가중 ▲피해 인정자에 대한 유명무실 지원 ▲기업의 배·보상 지연에 대한 정부 노력 부족 등을 꼬집었다. 

오는 2020년까지 정부에서 인정하는 질환은 1·2단계 폐질환과 천식, 아동간질성폐질환, 태아피해, 독성간염 등이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들은 이외에도 폐기종과 안과질환, 신경계질환, 피부질환, 암 질환, 심혈관질환, 발달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생활 수당과 간병비 등이 실제 사용 금액보다 훨씬 적게 지급된다는 문제도 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자는 차별 없이 모두 건강피해자로 인정하고 사전 고시 여부와 관계없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을 모두 인정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시 정부에서 지원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조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이 논의 중”이라며 “개정안에 포함되길 바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자 혐의 부인·부족한 정부 지원…‘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은 책임자 처벌과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폐손상 및 천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손수연씨는 “애경산업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기업이다.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앞서 애경산업 관련 공판에서 회사 측 증인들이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관련 재판에서도 위증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000여명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접수를 청구했지만 정부가 인정한 사람은 800여명 뿐이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며 “특조위의 방안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 모두에게 치료비 지원을 받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의 피해인정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다수”라고 덧붙였다.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 9일 기준 6505명이다. 이중 사망자는 1424명에 달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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