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각각 다른 해석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기념식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며 “일본이 잇단 무역보복 조치 등으로 기술패권을 휘두르는데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광복은 우리에게 기쁜 날이 아니었다”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 60여 년간의 기나긴 전쟁이 끝난 날이며, 동아시아 광복의 날이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 협력을 지속했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축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희망찬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렸다’고 긍적적으로 평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허한 말 잔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경제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 광복의 의미임을 분명히 한 경축사”라고 평했다.
이어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에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원 코리아(One Korea)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원칙과 대의로만 여겨졌던 통일의 과업을 통시적인 목표로 뚜렷이 제시했다”면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도약의 발판으로 일거에 전환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역량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라고 혹평했다.
전 대변인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피 흘린 선열들 영전에서 이런 굴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현실 인식은 막연하고 대책 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었다”면서 “진실을 외면한 말의 성찬으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결코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서면논평에서 “대통령 경축사에서 당면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정신 구호의 나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 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경축사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면서 “한일, 남북, 한미,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내어 한반도의 생존과 번영, 평화를 지켜낼 것인지 그 비전에 대해서 국민에게 밝혔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서면논평을 통해 “자강의 길을 모색하면서도 동아시아 연대의 시선을 놓치지 않은 힘 있는 경축사”라면서도 “미래로 깜박이 켜고 과거로 뒷걸음질하지 말아야 하며 경제기조의 우경화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