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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염병 증상에도 검역관은 ‘자진신고’ 패스하더라

감염병 증상에도 검역관은 ‘자진신고’ 패스하더라

유수인 기자입력 : 2019.10.18 04:00:00 | 수정 : 2019.10.17 20:07:10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관리 허술  

인천공항 검역관, 필요 인력 대비 30명 부족

“건강상태질문서 종이가 없는데 작성 안 해도 되나요?”

“여기서 오는 분들은 안 써도 됩니다.”

이달 초 인천공항 입국 검역대에서 검역관과 나눈 대화다. 검역관의 답변과 검역대 상황은 보건당국 출입기자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장이 출입기자들에게 전한 당국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검역체계 전문화’였는데 이와는 상반된 모습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휴가차 떠난 해외여행지에서 기침, 콧물 등 증상이 발현됐고,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은 아니었지만 프랑스와 중국을 경유했기 때문에 ‘자진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국장으로 이어지는 검역대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라는 안내판만 설치되어 있을 뿐 질문지가 보이지 않았다.

입국자들이 점점 몰려왔지만 검역대에는 단 한 명의 검역관만 있었다. 사람들이 “종이가 없다”, “세관 종이는 아닌데, 이게 뭔가”, “꼭 작성해야 하는가. 종이도 없는데 그냥 가자”면서 웅성거렸지만, 검역관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 종이가 없다. 작성 방법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안 써도 된다”는 답을 받음으로써 국내 검역체계에 대한 불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는 해외 유입 감염병 예방에 있어 국민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만 해도 환자가 본인의 증상을 알리지 않아 감염이 확산됐었고, 이에 따라 지금은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을 체류하거나 경유한 사람의 경우 입국 시 의무적으로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 검역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오염지역 방문자가 아니라면 질문서 제출이 의무가 아니나, 예방을 위해 발열, 기침, 설사 등 감염병 의심 증상이 있을 시엔 제출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최근 해외 유입 감염병 발생률 증가로 철저한 검역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장의 검역시스템은 언제 신종감염병이 유입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허술했다.

알고 보니 그 원인은 인력부족에 있었다. 내가 찾았던 검역대에는 원래 두 명의 검역관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항공 검역을 위해 한 명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나머지 한 명이 발열감지시스템 확인 업무에 집중했어야 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빠르게 입국장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열이 감지된 환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비오염국가 방문자의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검역소 인력은 필요 인력 대비 30명 이상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많은 인력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야간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검역관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검역체계의 구멍이었다.

국내 검역소 취재를 다니면서 검역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검역관의 고충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기계와 체계가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이 필요한 것이고, 국민들의 ‘자진신고’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감염병은 특성상 빠르게 전파되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 구멍을 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 검역관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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