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를 돕는 로봇 사용에 건강보험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단일 공보험체계 특성상 그 장벽을 뛰어넘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 로봇 관련 규제 개선 및 혁신성장 세미나’에서는 재활로봇 수가적용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다.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재활로봇 시장은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시대를 맞아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시장 규모는 2016년 1355억원에서 2020년 2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재활치료 로봇이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본도 환자들의 보행기능을 개선하는 ‘로봇슈트’를 공적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도 정부의 지원으로 의료로봇 시장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가 장비인 재활로봇에 대한 의료수가가 책정되어 있지 않아 병원에서의 활용도는 저조한 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결국 살아남은 해외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것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주장이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보행훈련을 수기로 치료하는 경우 건강보험 수가는 1회 30분 기준 1만3000원 내외다. 그러나 로봇에 의한 재활치료는 별도 수가 항목이 없어서 수기치료의 보험수가가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이에 첨단로봇기술로 만들어진 재활로봇을 생산, 판매하는 국내 중소업체는 사업의 존폐위기에 처해있다. 적정수가 확보는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이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체의 생존이 걸린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만약 조기에 보행재활로봇에 대한 적정 수가화가 실패한다면 국내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해외 기업이 우리 건보 재정의 혜택을 독점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면서 “기존 수기치료법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보행재활로봇에 의한 치료방법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강보험제도 특성상 비용 대비 안전과 효과성이 확실히 담보돼야 사회적 합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의료 마켓 특성과 결부된 문제 같다. 미국은 다양한 비급여 항목들이 많은 만큼 민간 보험 시장이 크다. 반대로 우리는 단일 보험자가 전 국민을 보장한다”며 “단일보험체계의 강점이 이 부분이라면, 단점은 산업처럼 규모가 큰 부분이다. (체계를) 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가사용에 대한 허가는 되어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려면 그만큼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건 로봇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영역에서 적용되는 부분이다”라며 “반대로 개발자들(기업)은 국민 마루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과 김연학 사무관은 “지난 4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R&D 사업 기획(안)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면서 과기부에서는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왜 재활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뇌질환 관련 환자들은 ‘적합한 보조기기가 없다’는 것을, 시각장애인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지체장애인은 ‘구입비용이 쎄다’는 것을 많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 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답변들이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다른 부처들도 인지하고 있어,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