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 확대 추진에 지방병원은 '울상'

입원전담전문의 확대 추진에 지방병원은 '울상'

내년 4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본 사업 전망...지역의료계선 "대형병원이 독식하면 지방은 어쩌나"

기사승인 2019-11-27 04:00:00

서울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확대 추진되자 지방 병원들이 울상을 짓는다. 지방으로 내려오는 전문의의 수가 더 감소해 의료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를 치료를 책임지는 전문의를 말한다. 입원환자의 안전과 진료효율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전공의의 80시간 수련 제한에  따른 의료인력 공백 해소 등을 위해 정부는 2016년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내년 4월부터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정식 사업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본 사업 시행일이 가까워지자 대형병원들은 앞다투어 입원전담전문의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파격 조건을 내걸어 눈길을 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부터 기존 11명이었던 입원전담전문교수를 51명으로 확대 채용하고, 연구실 배정, 학회 참여와 단기연수 등 각종 복지와 급여, 근무시간도 국내 최상의 조건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병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입원전담전문의 30명을 추가 확충했으며, 서울성모병원도 기존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외 혈액병원 내 입원전담전문의를 추가로 도입했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를 육성하기 위해 입원의학과((Hospital Medicine)를 신설해 교육과 연구에 힘을 더했다. 현재 시범사업을 통해 활동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36개 의료기관에서 약 175명가량. 정부의 본사업 추진에 맞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입원전담전문의 확대 조짐에 지역의료계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장은 “지금도 지방은 전문의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지만 지원하는 인력은 여전히 적다”며 “서울 대형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대거 충원하면 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제도를 시행할 때에는 전체 의사인력 수급을 생각하고, 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일부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정책을 만들고 발표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인력 수급 고려없이 정책이 시행되면 지방의료는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입원전담전문의제도 확대에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3년여 시범사업 기간동안 대다수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일반 전문의 연봉의 두 배에 해당하는 파격 연봉(약 1억 8000만원)과 주간근무조건을 제시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경상대병원과 제주대병원도 비슷한 이유로 채용에 실패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회장은 "여느 시장 논리와 마찬가지로 입원전담전문의 직종도 사회적으로 안정적이고 보람될 수 있는지 보장되어야 지원자가 몰릴텐데,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전공의 수요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전공의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아직 고용안정성 확보가 더 필요하고, 새로운 진로에 대한 홍보와 노출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확대 추진하되, 지역의료기관의 의료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준환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는 "서울대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확충 계획은 환자 안전 측면에서, 그리고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에 대한 좋은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지난 3년 시범사업 기간동안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인식은 매년 좋아지고 있고, 내과 및 외과 산하연구회를 통한 학문적인 움직임도 활발한 상황이다. 본 사업으로 진행되어 입원전담전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다만 큰 병원이 전문의 인력을 흡수하면, 지방이나 작은 병원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가 심해지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를 고려해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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