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지이수 “제시카 연기하며 행복에 관해 다시 생각했죠”

기사승인 2019-11-29 20: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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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라는 이름 대신 자신을 “제시카”라고 소개하는 그의 직업은 프리랜서 모델이자 야구선수 강종렬(김지석)의 아내이자 SNS 스타다. 제시카는 시도 때도 없이 “나 제시카야”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SNS에 자신의 행복을 전시하기 바쁘지만, 그곳에 행복은 없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가상의 마을 옹산을 배경으로 다양하고 생생한 인간 군상을 그리며 인기를 얻었다. 그중 배우 지이수가 연기한 제시카는 옹산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타인에게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기 위해서 외롭다는 점에서, 남들이 뭐라건 자신의 삶을 사는 동백(공효진)과 대비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출발해 ‘솔로몬의 위증’ ‘국민 여러분’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지이수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제시카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최근 서울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지이수는 “제시카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첫 등장부터 시작해서 극의 초반에는 제시카가 하는 대사들이 ‘밉상’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도 챙기지 않고 무작정 밀라노에 가겠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임상춘 작가님은 제시카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고, 저 또한 그렇게 분석하고 연기했어요. 차영훈 PD님께선 ‘아이가 투정을 부리듯 연기를 하면 좋겠다’는 디렉팅을 주시기도 했죠.”

마냥 철없어 보이던 제시카는 우연히 종렬에 대한 풍문을 듣고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나선다. 옹산에서 종렬의 전 연인인 동백과 둘 사이의 아이인 필구(김강훈)를 보고 충격에 빠지며 관상용이었던 제시카의 세계엔 균열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나 제시카야”라는 주문에도 조금씩 힘이 빠진다.

“‘나 제시카야’라는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요. 제시카는 자존감이 없는 캐릭터니까 초반엔 마치 본인이 본인 입으로 제삼자를 지칭하듯이 말하려고 했어요. 허세 있는 제시카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발음을 굴려보기도 하고, 보다 차지게 말하려는 연습도 많이 했죠.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제시카가 처한 상황이 짠해지니 ‘나 제시카야’라는 대사도 따라서 처량해지더라고요.”

[쿠키인터뷰] 지이수 “제시카 연기하며 행복에 관해 다시 생각했죠”

제시카는 한때 향미(손담비)를 살해한 범인 선상에도 올랐다. 시청자가 제시카를 의심하게 만든 자동차 추격 장면은 그의 기저에 있던 불안감과 열등감을 겉으로 폭발시킨 부분이었다. 지이수는 “시청자가 나를 까불이로 의심하게끔 살벌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 장면에서 운전을 직접 했어요. 차에 무전기를 두고 감독님의 지시를 들어가며 연기했죠. 액션팀 스태프 분들이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어요. 당시 눈가에 붉은기 때문에 분장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봤는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대사도 대본엔 없었는데 몰입하다 보니 혼잣말처럼 나왔어요. PD님께서 바로 ‘오케이’ 사인을 주셨죠.”

폭넓은 감정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동백꽃 필 무렵’은 연기자 지이수가 20대 끝 무렵에 만난 전환점이다. 기적처럼 다가온 이 작품을 겪으며 품고 있던 조급함도 사라졌다. 극 중 제시카는 옹산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지만, 드라마 밖에서 지이수를 살뜰하게 챙겼던 제작진과 연기자 선배들 덕분에 앞으로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힘도 얻었다. 지이수는 ‘동백꽃 필 무렵’을 작업하며 사람으로서 몇 단계 성장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6개월간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하며 느낀 것이 많아요.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하게 됐죠. 돌아보면 무기력하게 지낸 시간도 많은데 지금은 다 떨쳤어요. 집에 돌아와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영화를 한 편 보는 시간이 행복이라는 걸 이젠 알아요.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소소한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거죠.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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