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린다, 갈아보자”…유통가 인사태풍, 줄줄이 선장 교체

기사승인 2019-12-0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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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인사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1인 가구 급증, 온라인 쇼핑 트렌드로 소비 지형이 근본적으로 뒤바뀌면서다. 장기간 자리를 지켜왔던 CEO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대신 전문성을 갖춘 60년대생 젊은 경영진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른바 ‘젊은피’를 수혈해 급변한 트렌드에 대응하고, 내부 혁신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난달 말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 사장을 경영일선에서 퇴진시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1950년대생 경영진의 관록으로 사업 안정화를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경영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이들의 빈자리는 모두 1960년대생 경영진으로 채워졌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에는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또 한섬 대표이사에는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이들은 각각 1960년생, 1962년생, 1967년생이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은 현대백화점 뿐 만이 아니다. 앞서 이마트는 가장 먼저 쇄신인사를 단행하며 적극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했다. 6년간 대표 자리를 유지했던 이갑수 대표가 물러나고, 외부 인사인 강희석 대표를 기용했다. 1969년생인 강 신임대표와 이 전 대표의 나이차는 무려 12살에 이른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1세대 임원진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말 장재영 신세계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를 신세계 대표로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터라, 7년간 자리를 유지해온 장 대표의 연임을 내다보는 시각도 많았다. 업계는 서로 대표이사 자리를 맞바꿔 안정을 꾀하면서도 변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한다.

“안팔린다, 갈아보자”…유통가 인사태풍, 줄줄이 선장 교체업계의 시선은 이제 롯데로 쏠린다.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며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롯데는 이미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4명의 비즈니스유닛(BU)장(부회장) 중 화학과 식품 등 두 곳의 BU장을 교체한 바 있다. 

올해는 유통과 호텔ㆍ서비스 중 한두 곳이 교체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마트와 현대백화점 모두 세대교체를 진행한 만큼, 1956년생인 현 유통 BU장(부회장)의 교체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후임으로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등이 거론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를 시작으로 업계에 쇄신 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롯데 역시 이런 흐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성과와 보상, 미래 성장성을 따져 볼 것”이라며 “만일 BU장이 자리에서 내려올 경우, 계열사 대표이사급 임원을 포함해 인사이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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