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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문 센터장 “새로운 국립정신건강센터, 가능하다”

[단독 인터뷰] 이영문 센터장 “정신질환=사회적 질환… 우리사회 벽 깨야”

김양균 기자입력 : 2019.12.03 02:00:00 | 수정 : 2019.12.02 18:00:20

“언론인이 펜으로 세상을 바꾸듯 정신건강은 사회를 바꾼다.”

이영문 신임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의 말이다. 이 신임 센터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이후 쿠키뉴스와 첫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센터의 대대적 쇄신을 예고했다. 내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연공서열 타파 의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는 유쾌했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개혁 의지는 단단했다. 그는 기자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허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 “NIMH 버금가는 기관 하나 있을 때도 됐다”

- 3대 국립정신건강센터장에 취임했다. ‘취임 일성’이 궁금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우리 국민정신 건강의 사령탑이다. 나는 정신건강과 문화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책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편견을 없애야 정책이 나온다. 치료도 주안점을 둬야겠지만, 센터는 관료 조직이 아닌, 정신건강 문화 정착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신질환은 사회적 질환이다. 문을 닫고 있으면 안 된다. 정신건강의 국내·외 허브로 자리를 잡도록 할 것이다.”

- 쉽게 말해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랑방’이 되겠다?

“그렇다. 정신질환은 비단 조현병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다양하지 않나. 외상 후 트라우마 장애(PTSD)도 마찬가지다. 정신건강에 대한 벽을 허물면 그때부터 이야기가 쉬워진다.” 

- 취임사에서 연공서열 타파를 밝혔다. 센터장의 경영 철학에 모든 구성원이 찬성을 보내진 않을 것을 염두에 둔 건가.  

“공무원 조직의 문제는 바로 연공서열이다. 나는 1/3은 쉬고, 1/3은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1/3은 공부할 것을 요구한다.”

- 쉬라는 1/3은 무얼 뜻하는 건가. 

“방해하지 말라는 거다. 대학에서부터 연공서열 타파를 시도해왔다. 공무원 내규는 보직과 평가가 핵심 아니겠나.” 

- 주안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인가. 

“급선무는 ‘24시간 응급서비스’의 정착이다. 사회적 편견이 불식되려면 치료가 최선이다. 이를 위해 응급 상황에서 초기치료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24시간 가동되는 정신과 응급 서비스가 원활해야 한다. 그런데 간과하기 쉬운 것은 사회안전망으로써의 의미와 당사자의 인권 모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인권을 존중하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당사자가 내원시 존중받아야 한다. 결국 시스템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찰청의 협조가 필수다.” 

- 경찰청과 업무협조가 원활한가.

“예를 들어 심장발작 환자가 발생했다고 치자. 구급대원은 이들을 살리려는데 온 힘을 쏟는다. 반면, 경찰은 급성기 정신질환자를 다르게 여긴다.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당사자의 인권존중이 어렵다.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이후 경찰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과잉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신장애인을 돕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 심장질환자와 급성기 정신질환자. 왜 이 둘을 다르게 볼까. 

“국회와 언론 모두 정신서비스가 범죄 예방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사회로부터 분리해 정신장애인을 격리 수용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는 지나치게 편리성에 천착한 사고다.” 

- 때문에 편견을 불식시키려면 ‘문화적 요소’와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본 건가. 

“사실 달리기, 함께 걷기, 정신건강 연극제 등 정신건강과 문화운동을 접목하려는 활동은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정신건강 미술제의 경우, 일본과 호주 등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매드프라이드’는 이러한 정신건강계의 꾸준한 활동이 축적되어 나타난 성과라고 본다.”

-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센터에 요구되는 역할도 더 커지고 있는데. 

“당초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와 같이 국립정신의료기관을 5개원을 함께 묶어 개혁하자는 안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그랬던 것이 예산 삭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대화 계획으로 돌아선 것이다. 원안의 반쪽짜리 모형이 된 거다. 숙제는 여전하다. 한국형 NIMH로 발전하도록 연구소의 기능을 키우고, 트라우마 사업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현재의 센터는 구색만 갖췄을 뿐이다. 진료에 집중되었던 것에서 정신건강연구소, 트라우마, 정신건강사업부 등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아시아 네트워크 연대의 중심으로써, 당면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신건강 교육센터 지정도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개편에 최소 3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 센터 전환 이후 성과와 한계는 무엇일까.

“외형적 확대는 큰 성과다. 구성원의 노력에 힘입은 바다. 앞으로는 병원의 중심이 질병에 대한 프로모션으로 이동해야 한다. 미흡한 점을 꼽자면,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향후 사회정보연구원과 정보의 취합 및 관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 센터 자체 연구 역량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도 발견된다.  

“센터내 좋은 연구자가 많아야겠지만, 연구과제 공모도 폭넓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테마는  연구자 중심의 테마였다. 풀이 좁고 지나치게 MD(의사) 중심의 연구였다. 사회학·사회복지학·간호학·문화 요소와의 접목을 비롯해 당사자의 시각 및 의료서비스 수요자 중심의 연구가 미진했다. 미국에서는 당사자가 모든 연구 주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부 역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 직무 분석 재검토를 통해 재배치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향후 국가 폭력과 고문 생존자 재활도 다룰 건가. 

“‘스페셜 클리닉’을 개시하고 싶다. 이들을 위한 치료는 세팅부터 달라야 한다. 명상 센터 등 딱딱한 병원은 안 된다. 더 이상 숨어서 치료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성소수자나 북한 이탈 주민이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진료소도 필요하다. 우린 이를 위한 능력도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 센터 내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중요도에 비해 예산 및 인력이 부족한데. 

“병원 부속이 아닌 독립된 센터가 되어야 한다. 독립적인 기관으로 우뚝 서게 만들어야 한다.”

- 왜 그런가. 

“우리 안에 있으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 자체다. 질병의 증상을 앓지만 질병이 아니다. 의료 영역만 집중하면 트라우마는 해결되지 않는다. 병원은 아닌데 의사가 있어야 하고, 트라우마 교육 및 연구 등의 파트를 두어야 한다. 이게 트라우마의 접근법이다. 현재의 구색 갖추기 정도로는 안 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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