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종 기자의 훈훈한 경제] 국민기본소득제 따져봅시다

기사승인 2019-12-03 14: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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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훈훈한 경제 시작합니다. 오늘도 쿠키뉴스 훈남기자 송금종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송금종 기자 ▷ 안녕하세요. 훈훈한 경제 송금종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훈훈한 경제를 통해 다양하고 알찬 생활경제정보 챙기고 있는데요. 송금종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두고 이야기 나눠볼까요?

송금종 기자 ▷ 얼마 전, 한 민간연구소가 기존의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대부분 폐지하고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을 없애는 대신,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 이상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의 국민기본소득제를 제안했습니다. 기존 선별적 복지정책이 사각지대가 많고 복잡한 절차 등으로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나오게 된 건데요. 이번 발표는 가장 쟁점이 되는 재원 마련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최근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수당 대상자를 4배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정치권과 지자체에서는 농민기본소득제가 대두되는 등,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 기본소득제란 어떤 제도인지, 또 이번에 나온 제안은 실효성이 있는지, 송금종 기자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송기자, 먼저 기본소득제란 어떤 제도인지, 그 부분부터 이야기해주세요.  

송금종 기자 ▷ 기본소득제란 저소득층, 아동, 청년,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소외계층에게 자격을 선별해 복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를 폐지하는 대신, 일정한 생계비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수혜자 선별에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줄어들고, 실업이나 재난에 대비한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이상론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러니까 기본소득제는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 등과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해주는 제도인 거죠?

송금종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과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배당금제도를 떠올려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텐데요. 당시 허 총재는 30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국민배당금으로 매월 15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화제가 되었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당시 말도 안 된다. 터무니없다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물론 제안하는 금액 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최근 또 다시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그렇게 기본소득제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기본소득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볼게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제도입니까? 

송금종 기자 ▷ 기본소득의 가장 큰 효과는 복지의 사각지대 해소입니다. 선별적 복지제도나 현물, 보조금 지원 방식은 선별 비용이 들고 지원 누락 계층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죠. 실제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경우만 봐도 아시겠지만, 그들은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월세 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매달 4만8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그런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한 해소를 기대할 수 있는 건데요. 또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송금종 기자 ▷ 선별적 복지로 인한 낙인 효과가 없어지고, 생계형 범죄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기본소득이 가져다줄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혜자 역시 다양한 심사서류와 신청서 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처음 아동수당이 도입되던 때 소득 상위 10%를 가리기 위해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있었고, 결국 보편적 도입으로 바뀌었는데요. 기본소득 같은 경우 모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행정비용 문제는 없겠네요.  

송금종 기자 ▷ 그렇습니다. 기본소득은 매월 일정한 날 모든 국민의 통장으로 자동 입금되는 형태로 지불되기 때문에, 행정관리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선별적 복지가 각종 제도를 유지하고 실행하는 데 막대한 재원과 인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국민기본소득제는 사각지대가 없고 행정 비용을 최소화는 등, 여러 장점이 기대되고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을 거예요. 일단, 기본소득을 주면 일하지 않는 사람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요. 송기자, 어떻습니까?

송금종 기자 ▷ 그 부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건 정말 기본적인 부분만 보장해주는 것이지, 먹고 살 만큼을 다 지원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실제로 1970년에 캐나다에서 기본소득제를 시범 시행한 결과, 수혜자의 약 1%만 일을 그만뒀는데, 대부분 육아를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균 10%가량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이 시간을 학업이나 새로운 직장을 찾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만약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더라도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요. 많은 국민들이 환영할 만한 제도지만, 문제는 그 재원을 어디서 조달할 것이냐는 거죠. 어떻습니까?

송금종 기자 ▷ 네. 그래서 재원 문제로 기본소득제가 유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복지에 들어가는 모든 예산을 기본소득으로 돌릴 경우, 1인당 17만 원 정도를 지급할 수 있는데요. 그건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죠. 2018년 기준 기초수급자에게 보장하는 50만원 수준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매년 200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제 유지가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건데요. 현재 복지에 들어가는 모든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돌린다 해도,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송금종 기자 ▷ 네.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 혜택이나 수당 등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와 정책을 다 바꾸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날 혼란과 대상자들의 반발, 역차별 문제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기본소득제의 장, 단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다양한 장, 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럼 이번에 한 민간연구소가 제안한 내용도 살펴보죠. 송기자, 전체적인 내용부터 전해주실까요?

송금종 기자 ▷ 발표된 건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연구 보고서인데요. 이번 제안은 별도 세금 신설 없이 비과세 정비 등 재정 구조조정만으로도 모든 국민에게 월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65만원까지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소득 하위 88%인 연 4700만 원 이하 모든 가구의 소득이 종전보다 높아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특정 계층에게만 복지 해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월 최소 30만원에서 65만원까지 지급하자는 거죠?

송금종 기자 ▷ 네. 아동, 노인을 포함한 모든 개인에게 월 30만원에서 6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2021년에는 월 30만원 및 40만원, 2023년에는 35만원 및 45만원, 2028년에는 50만원 및 65만원 등, 시점별로 2개 방안씩 총 6개 모델이 제시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월 3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정한 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송금종 기자 ▷ 6개 시나리오 중 월 65만원은 2028년 상위안인데요. 2028년 중위소득 추정액 208만3399원으로 산정한 1인당 생계급여 금액 62만5075원으로 책정됐습니다. 2021년 하위안인 월 30만원은 기초연금에 준하는 금액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이렇게 기본소득을 지급받게 되면, 기존에 이루어지던 세액공제와 감면제도를 못 받게 된다는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나와 있습니까?

송금종 기자 ▷ 개인 기준 연소득 4700만원을 기준선으로, 그 이하 개인들은 세액공제 및 감면제가 없어지더라도 기존보다 소득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설계됐습니다. 참고로, 4700만원은 소득자 상위 28%선으로 국민 전체 상위 12%에 해당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세대별로 차이가 있겠네요.

송금종 기자 ▷ 네. 가구원 수에 따라 총 가구소득이 2인 가구인 경우 9400만원, 3인 가구의 경우 1억4100만원, 4인 가구의 경우 1억88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기존보다 총소득이 늘어나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하지만 역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재원 마련이에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까?

송금종 기자 ▷ 해당 연도별로 올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기인구특별추계에 따라 인구수를 추산해 보면, 필요한 예산은 최소 187조원에서 최대 405조원 정도인데요. 기존 소득세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소득 및 세액 공제를 대부분 폐지해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소득, 세액 공제만 폐지한다고 충분히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또 다른 방안도 나와 있나요?

송금종 기자 ▷ 네. 시나리오별 주요 재원 마련 방안은 소득세제 중 비과세 감면 정비, 탈루 및 비과세 소득에 대한 적극 과세, 기본소득으로 대체되는 일부 복지 정책 폐지 및 축소, 재정 구조조정, 유휴 및 신규 재원 활용 등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다양한 방안이 나와 있는데요. 재원을 마련하는 원칙은 어떻게 보고하고 있나요? 

송금종 기자 ▷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국민기본소득제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으며, 핵심 재원을 기존의 소득에서 찾되 로봇세, 환경세 등 세금 제도를 신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세금 제도의 누진성을 강화하고, 기본소득 지급액을 과세소득에 포함시켜 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 거기에 4대 사회보험과 관련된 재정이나 기금 등을 활용하지 않고, 개인 연소득 4700만 원 이하 소득계층은 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등의 여섯 가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또,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국민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어떤 부분에서 효과적일까요? 

송금종 기자 ▷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율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것은 지니계수인데요. 이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측정 결과 국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한 경우, 현행보다 크게는 34%까지 지니계수가 낮아짐을 기대할 수 있는데요. 액수가 높아질수록, 소득세율 하락폭이 작을수록 지니계수는 낮아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소득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요. 또 상대적 빈곤율 또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현행 제도에서 15.3%인 상대적 빈곤율은 2021년 30만원 기본소득 제공 시 14.7%로, 2028년 65만원을 지급하면 12.6%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요. 빈곤갭 지수도 현재 5.06%인 것이 월 30만원 지급 모델에서 2.16%로, 월 65만원 모델에서는 1.87%로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어떻게 보면 이 국민기본소득제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율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오게 된 제안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문제들을 다 벗어나고자 정책적인 부분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거니까요. 

송금종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래서 공동연구자인 이원재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그 결과로 지위 경쟁과 갈등 심화, 가계소비 부진, 전통적 가족 부양 시스템 약화 등이 나타나면서 사회 역동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국민기본소득제와 같이 분배 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제도를 도입해, 개인에게 자유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복지국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국민기본소득제 도입을 두고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는데요. 사실 이미 도입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건 아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본소득제과 비슷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청년수당 확대 방안이 대표적인데요. 내년부터 만 19세에서 34세의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매달 50만원씩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겁니다. 올해까지는 중위소득 150% 미만 등 조건이 있었고 심사도 거쳤지만, 자격만 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3300억 원의 예산으로 3년간 10만 명에게 지급할 예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서울시가 도입한 청년수당 확대가 국민기본소득제와 비슷한 정책으로 볼 수 있군요. 그 외에 또 어떤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까?

송금종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청년 기본소득제도와 지난 6월 전남 해남군에서 시작해 전국 농가로 확대 중인 농민수당제도 등이 기본소득형 현금 복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실제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서 좋은 결과를 거든 사례가 외국에서는 있었는지도 살펴볼게요. 그런 경우가 있나요?

송금종 기자 ▷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 석유 판매수익으로 기본소득을 주고 있지만, 국가 단위에서 기본소득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스위스는 2016년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77%가 반대해 부결됐고요.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제 실험을 하며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매월 560유로, 우리 돈으로 약 70만원을 지급했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렇게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논의되던 기본소득제는 최근 들어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소득과 재산 등과 관계없이 국가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 선별 비용을 줄이고 지원 사각지대를 없애는 장점이 있지만, 도입과 운영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훈훈한 경제 마칩니다. 지금까지 송금종 기자였습니다. 

송금종 기자 ▷ 네. 감사합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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