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펭수와 유산슬

선을 넘는 펭수와 유산슬

기사승인 2019-12-05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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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펭수와 유산슬

방송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타 방송사를 직접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M사’ ‘K본부’ 등으로 지칭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엔 채널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그 중심엔 펭수와 유산슬이 있다. 방송사 콘텐츠로 만들어진 이들은 활발하게 채널의 경계선을 넘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 펭수는 최근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스타다. 나이는 10세, 키 210㎝, 몸무게 103㎏인 거대 펭귄은 재기발랄한 언행과 따뜻한 포용력으로 젊은 세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진행한 ‘2019 올해의 인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펭수는 방송·연예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펭수를 선택한 이유는 화제성(56.7%)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화제의 펭귄인 셈이다. 펭수의 인기에 힘입어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는 개설 7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모았다. 

시선을 끄는 부분은 펭수가 유튜브와 EB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KBS·MBC·SBS·JTBC 등 타 방송사의 문턱을 스스럼없이 넘고 있다는 것이다. 펭수는 지금껏 KBS2 ‘연예가 중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V2’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 형님’ 등의 프로그램에 등장해 매력을 자랑했다. 오는 29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MBC 방송연예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파격적인 행보는 신인 트로트가수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유산슬은 방송인 유재석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는 일종의 캐릭터다.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시간만큼은 방송인이 신인 트로트가수가 된다. 방송 초반엔 프로젝트 정체성에 관한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유산슬이 트로트가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유재석이면서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의 세계관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유산슬이지만 그의 무대는 MBC로 국한되지 않는다. 유산슬은 지난 18일 KBS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자신의 노래인 ‘합정역 5번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을 홍보했다. 유산슬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아침마당’의 트로트 특급 신인 대격돌 코너에 깜짝 등장해 “트로트계의 새바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투표 번호인 3번을 눌러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라디오인 TBS FM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WBS 원음방송 ‘조은형의 가요세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최근의 경향을 새로운 미디어 등장에 따른 변화로 봤다. 4일 정덕현 평론가는 “유튜브, OTT 등 새로운 매체가 많아지면서 명확했던 채널 경계가 흐려지고 펭수와 유산슬 같은 캐릭터가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동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거대 OTT와 경쟁하게 된 국내 미디어가 협업으로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 평론가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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