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도 봄이 오나

프로농구에도 봄이 오나

기사승인 2019-12-12 06:00:00
- + 인쇄

프로농구에 다시 봄이 오는 것일까. 

프로농구는 최근 몇 년간 긴 터널을 헤맸다. 2011-2012시즌 총 관중 133만3861명(평균 494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거듭 하락세를 타더니 2017-2018시즌에는 팀당 54경기 체제 역대 최소인 84만857명(평균 3114명)을 기록하며 인기가 바닥을 쳤다. 지난 시즌 87만3782명으로 인기를 소폭 회복했으나 농구계가 느낀 위기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초반이지만 프로농구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2라운드 누적 집계 관중이 29만6397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관중은 3293명으로 지난 시즌(2649명) 대비 24.3% 증가했다. 시청률도 올랐다. 2라운드 온라인 중계 최고 동시 접속자는 평균 3만4017명으로 지난 시즌(2만1767명) 대비 56.3%나 증가했다. 

① 주말에 농구 보자, 팬들 걸음 돌린 주말 편성

프로농구의 인기 회복 비결 중 하나로는 주말 경기 편성이 꼽힌다. KBL은 올 시즌 화·수·목 1경기, 금요일 2경기, 토요일 3경기, 일요일 4경기를 각각 편성됐다. 지난 시즌 2경기로 치러지던 화·수·목 경기를 줄이고 일요일 경기는 늘리며 팬들의 발걸음을 돌렸다.

② 손 맞잡은 연맹-구단-선수단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애쓴 구단 및 선수단의 노력도 인기 회복을 거들었다. 창원 LG 현주엽 감독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프로농구를 알리는 데에 큰 힘이 됐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서동철 부산 KT 감독은 올 시즌 마이크를 찬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경기 도중 했던 말, 작전 지시 등은 고스란히 녹음돼 영상에 담긴다. 전략 노출 등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프로농구 인기를 위해 불편함을 무릅썼다. 서울 SK를 비롯한 복수의 구단들은 경기 종료 후 팬사인회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밖에 구단들은 패키지 티켓 발권 등 다양한 프로모션 전략을 동원해 팬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KBL은 구단들과 힘을 합쳐 통합마케팅을 펼치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애쓴다.

KBL 관계자는 “연맹에서는 KBL TV라는 채널을 개설해 뉴미디어 쪽 콘첸츠를 많이 생산하면서 최대한 (다른 종목과) 차별화를 주력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구단들 사이에서도 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올 시즌 SNS를 활용하는 구단들이 늘었다. 팬서비스 행사를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단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에도 봄이 오나

③ 펄펄 나는 젊은 선수들

지난 시즌 대비 늘어난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다. 

2라운드까지 국내선수가 한 경기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횟수는 총 63회로 전 시즌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달성 인원 또한 19명에서 27명으로 늘었다. 국내 선수가 승부를 결정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시즌의 경우 2라운드 종료 전까지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 10위 안에 드는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특히 KT의 허훈을 비롯해 SK의 최준용, KCC의 송교창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 가운데 허훈은 전체 득점 6위, 어시스트 1위를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다. 

KBL 관계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팬들을 경기장으로 찾아오게 하는 것 같다”며 “지난 시즌까지는 외국 선수들이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이 컸지만, 올 시즌에는 국내 선수들이 경기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허훈이나 최준용 등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젊은 선수들이 에이스 역할을 한 것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문경은 SK 감독 역시 “외국인 선수 제도가 변경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가 늘었다. 자연스레 새로운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니 팬들에게 신선함을 준 것 같다”며 “연맹을 비롯해 농구인들이 마음을 모아 노력한 것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④ 치열한 순위 싸움

역대급으로 치열한 순위 경쟁도 재미를 더한다. 11일 기준으로 1위 SK와 6위 전자랜드의 승차는 4.5경기에 불과하다. 프로농구 역사를 통틀어도 드문 현상이다. KBL에 따르면 2라운드 종료 기준, 1위부터 10위까지의 승차는 7게임으로 2004-2005 시즌 6게임차에 이어 24시즌 역대 2번째로 적은 승차를 기록 중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후반 라운드까지 진행된다면 관중 동원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대찬 기자, 김찬홍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