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항생제 내성균으로 年4000명 이상 사망한다

과다 처방 관리하고 항생제 필요한 질병 발생 줄여야

기사승인 2019-12-12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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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출현으로 2050년에는 1000만명이 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약 1만명의 환자가 약제내성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홍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질병관리본부 정책연구용역사업(2017)의 일환으로 국내 10개 의료기관을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다제내성균 균혈증 환자는 7007명, 다제내성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및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감염(MRPA) 폐렴 환자는 1360~2720명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3411~3921명은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질병 부담은 4631~550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10개 의료기관,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6종의 항생제 내성균 중 일부에 대한 추정치이기 때문에 종합병원이나 요양기관, 지역사회 등에 퍼져 있는 다른 내성균을 종합하면 감염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항생제 처방 비율이 높고 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외래 항생제량은 26.5DDD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평균(18.3DDD)보다 높다. 특히 광범위 항생제에 해당하는 세팔로스포린과 퀴놀론 항생제 처방량은 전체 항생제 처방량의 34.5%를 차지해 OECD 평균(18.8%)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국내 항생제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치료 항생제 처방의 흔한 적응증에는 호흡기 감염(병원획득 폐렴, 지역사회획득 폐렴, 인두염, 세균성 부비동염), 위장관 감염(담도염‧담관염, 감염성 설사), 요로감염(단순 신우신염, 복잡성 신우신염, 방광염) 등이 있다. 그러나 호흡기 감염 치료 항생제 처방건수의 19%, 위장관 감염 치료 항생제 처방건수의 14%, 요로감염 치료 항생제 처방건수의 14.5%는 처방이 부적절했다고 평가되는 등 불필요한 약제사용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처방률만 줄여서는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치료에 있어서 항생제는 안 쓸 수 없는 약제이다. 특히 내성균의 문제는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 종류가 줄어들면서 치료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치료옵션을 확보하고, 백신 접종 등을 통해 항생제를 써야 하는 질환의 발병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성균의 전파 경로를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성균의 주요 감염 경로는 접촉이다. 병원체 보유자나 오염된 물품, 환경 표면 등의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감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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