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몰래 찾아온 봄 “납매 향기 그윽한 천리포수목원”

기사승인 2020-01-08 18: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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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추위 없는 따뜻한 겨울에 봄꽃개화-

-나뭇가지에 핀 노란 꽃. 흰꽃, 빨간 꽃의 향연에 관람객 탄성-

-수목원 곳곳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봄꽃 찾는 재미-

-주렁주렁 빨간 열매는 새들의 겨울 먹이터-

-겨울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겨울여행지-

올겨울은 추위가 실종되었나 보다. 겨울축제가 한창일 강원도는 물난리를 겪는 등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 8,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에는 때 아닌 봄꽃들이 개화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촉촉이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동지섣달에 피어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납매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피어나 수줍은 듯 얼굴을 숙이고 있다. 납매의 진한 향기가 탐방객의 발길을 붙잡는 동안 파도소리와 새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청량감을 더한다.

한 탐방객은 노란 납매 꽃을 스마트 폰으로 촬영해 가족에게 전송하며 봄꽃과 함께 진한 향기와 사랑도 같이 보냅니다.”는 문자를 띄운다.

궂은 날씨에 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철모르는 겨울에 철모르고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며 생각지도 않은 횡재를 했다며 좋아했다.

4월이 되어야 꽃이 피는 한국 특산종 길마가지나무, 부활절을 앞두고 피어난다는 사순절장미, 어린아이의 눈물처럼 꽃잎이 하나씩 떨어진다하여 이름 지어진 애기동백, 노란색 꽃이 탐스러운 중뿔남천, 그리고 봄에 이어 가을에도 꽃을 피우는 가을 벚나무에는 눈처럼 하얀 꽃들이 내려앉았다. 벌통에 들어가 월동을 해야 할 꿀벌들도 부지런히 꽃 사이를 옮겨 다니며 꿀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천리포수목원의 겨울정원은 꽃과 잎으로 가려온 나무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나무들의 수려하고 관능적인 몸매, 다양한 열매와 표피를 감상하기 좋은 시기이다.  특히 이곳 수목원에 호랑가시나무를 비롯 각종 수목에 달려있는 풍성한 열매들은 오색딱다구리를 비롯해 곤줄박이, 직박구리, 물까치, 박새 등 새들의 소중한 겨울 먹이터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동료 교사들과 천리포수목원을 찾은 황혜원(경기 용인 현암초등학교교사는 학년말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진한 납매 향에 모두 실어 보내고 2020년 새해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천리포수목원은 바닷가 언덕에 1970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160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품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수목원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산책로와 쉼터로 꾸며져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같이 들으면서 아름다운 꽃과 나무, 각종 희귀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천리포 해변 따라 조성된 노을길은 바다와 수목원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환상적인 일몰을 즐길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식물의 서식지외보전기관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식물원·수목원이 약 2200여 개 이상 있는데 그중에 섬과 바다, 산과 호수를 모두 끼고 있는 곳은 천리포수목원이 유일하다. 또 하루에 2번씩 물이 빠지는 갯벌과 함께하는 곳 역시 이곳이 유일하다. 천리포수목원은 위도 상 북쪽이지만 제주도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을 온실이 아닌 노지에서 키울 수 있는 천혜의 장점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정원이다.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69)수목원은 일반적인 정원이나 공원과는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우리나라와 세계의 식물을 수집 보전하여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는 동시에 연구와 교육에 힘쓰겠다. 사람들에게 자연사랑 정신을 심고 창의적 영감과 행복을 주는 일과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겨울 몰래 찾아온 봄 “납매 향기 그윽한 천리포수목원”

9일부터 다시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지만 당분간 강추위는 예보되지 않아 천리포수목원의 봄꽃 잔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안=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 사진=곽경근 대기자‧ 왕고섶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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