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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역 없는 감시자가 될까? 면피용‧용두사미가 될까?”

“성역 없는 감시자가 될까? 면피용‧용두사미가 될까?”

송병기 기자입력 : 2020.01.10 05:00:01 | 수정 : 2020.01.17 15:10:42

시작은 어디서부터 였을까?

한국 현대사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경유착’은 오랜 관행이었고 당연시됐던 부정의 고리였었다. 과거형이다. 20세기의 관행은 21세기에 통용되지도 용납되지도 못한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5G와 사물인터넷으로 대변되는 2020년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정과 편법, 유착과 비리 등 불공정에 대해 시민사회는 더 이상 눈감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수년전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불공정한 관행이 속속 드러났다. 기업들은 반성했고 준법이라는 대전제하에 고객과 국민(시민사회)들을 위해 공정함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용서없는 처벌을 원하고 있다. 국민들과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불공정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중이다.

“자율과 독립 보장, 성역 없는 감시, 삼성이 변화해야 한다”

삼성그룹 내부 준법경영 감시 강화를 위해 독립 조직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김지형 위원장의 말이다. 공정하지 못한 과거의 관행을 끊고 글로벌 기업 위상에 걸맞는 준법 감시 체계를 가동해 국가와 국민, 우리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본인의) 역량 부족’을 이유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변화해야 한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가 함께 해주실 것”

김 위원장이 수락하며 삼성에 내건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이 중요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뭔가를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준법경영은 삼성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우리 시대와 우시 사회가 함께 해주실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 대표성을 확보하며 위원회 위원을 구성했고, 합리적인 비판과 균형잡힌 견해를 견지한 위원들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위원회는 회사 외부에 설치되는 독립 기구로 활동하며 역할은 준법 감시자와 준법 통제자로서 하는 일은 ‘성역 없는 감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월말까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2월 초 본격 출범한다.

사진=박효상 기자

“그리고, 신뢰는 과정속에서 새롭게 만들고 쌓아야”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에 대한 찬반의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삼성과 삼성의 최고경영진은 구별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삼성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최고위 경영진에게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의심이 있다. 어렵겠지만 신뢰는 과정속에서 새롭게 만들고 쌓아야 한다”며 완전하지 않겠지만 완전을 추구하겠다며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을 당부했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은 공정하지 못한 삼성의 과거 관행에 대한 재판부의 준법감시 조치 요구에 대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즉 면피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9일 오전 김지형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즈음에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제기’라는 자료를 통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법적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효과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생사건에서 주심으로 참여해 무죄를 선고해 적절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리고 기자 또한 회견장에서 받아본 발표자료 위원 구성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외부 독립기구라면서 왜 이인용 삼성전자 고문이 위원에 포함됐을까?’였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역량부족을 인정했다. 이인용 고문의 위원 내정에 대해서도 “삼성의 아무런 관여 없이 (본인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참여를 권유했고 어렵사리 수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발표에서 표현됐듯이 삼성에 대해 ‘적대적‧냉소적‧비판적’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 쉽게 납득이 돼지 못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향후 재판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면피용이자 보여주기식 감시기관 만드는 것이라는 박용진 의원의 지적에 위원회가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사진=박효상 기자

“성역 없는 감시를 바란다”

결론은 아직 이르다. 이제 막 출범을 알리며 ‘성역 없는 감시를 하겠다’는 삼성 준범감시위원회가 공정한 기업 삼성의 준법 감시자이자 통제자로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기를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우리 사회, 우리 시민들이 함께하도록 위원회가 투명함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오늘 발표된 것처럼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 등 성역을 두지 않겠다는 점, 위원회의 권고나 요구를 수요하지 않을 경우 홈페이지에 공표하겠다는 점 등 김 위원장과 위원회 스스로가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길 당부한다.

삼성그룹과 삼성 준범감시위원회가 올바른 역할을 하고 공정한 기업 삼성이 되도록 하는 감시자가 된다면 국민들과 시민사회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면피용,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둔감하고 과거처럼 불공정을 못본채 눈감는다면 ‘용두사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날 발표된 김지형 위원장의 마지막 말이다.

“서로 다른 입장과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난관도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완전함은 신의 영역입니다. 인간의 영역에서 완전함은 비록 도달할 수 없더라도 추구해 나갈 만한 목표입니다.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완전을 추구해 나갈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립니다.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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