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故임세원 교수 사망 1년...진료실은 얼마나 달라졌나

임세원法 제정에도 풀리지 않은 문제들

전미옥 기자입력 : 2020.01.14 04:00:00 | 수정 : 2020.01.13 22:07:12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성심병원에서 열린 임세원 교수 1주기 추모식에서 오태윤 강북삼성병원 부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故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로 인해 사망한 지 약 1년이 흘렸다. 2018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진료 중 세상을 떠난 고인의 유족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차별없이 도움받는 사회 등 두 가지를 고인의 유지로 전달했다. 1년이 흐른 현재 의료현장 안전과 정신질환 환자들의 진료환경의 모습을 짚어봤다.

◇임세원법 제정에도 위협받는 진료실 안전

故임세원 교수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의료인의 안전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인 일명 임세원법이 마련됐다. 임세원법에는 ▲의료인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 ▲주취감경 미적용 ▲의료기관 내 보안 인력 배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임세원법 마련에도 진료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천안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에 사망환자 유족들이 난입해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유족은 폐렴 등 기저질환 악화로 사망한 환자의 치료결과에 불만을 품고 담당의사의 진료실에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같은 해 10월 서울 노원구 소재 대학병원 진료실에서는 50대 남성 환자가 흉기를 들어 미세수술을 시행하는 수부외과 전문의의 손가락에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의료인 대상 폭력은 꾸준히 발생했던 문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지난 11월 발표한 의사회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의사는 전체 2034명 중 1455명으로 7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50%)은 진료실에서의 폭언과 폭력을 1년에 한두 번은 경험했다고 답했고, 매달 한 번씩은 겪는다는 비율도 9.2%였다.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 보안 인력과 시설 등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 내 폭행 등 강력범죄 근절법안 마련(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 의료인 보호권 신설 등),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배치에 대한 정부 비용지원 등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의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이 같은 의료인 폭행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신질환자 편견 여전...진료실선 정신보건법 개정 호소

故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유족은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고인의 유지를 밝힌 바 있다. 고인의 삶을 비추어볼 때 해당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 강화되는 일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은 여전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오산시에서는 정신병원 설립 허가를 놓고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의료계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들 주민들은 초등학교 앞에 폐쇄병동이 포함된 정신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주아파트 방화·살인으로 논란이 된 안인득 사건이 발생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의료계에서는 오히려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폐쇄병동이 포함된 정신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급성기 정신질환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고, 퇴원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고려해 입원을 까다롭게 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2016년, 이하 정신보건법)이 중증 급성기 환자들의 치료를 가로막고 있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인권존중과 탈수용화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보고서는 “2016년 개정은 한편으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족한 보호로,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입원통제로 비판받고 있다”며 ▲독립적 심사절차 도입 ▲보호의무자 제도와 입원적합성 심사 폐지 ▲의료인 2인 진단 규정 폐기 등 개선방향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신과 진료현장에서는 여전히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보건법 개정 이후 입원환자가 현저히 줄었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의 환자들이 사회에 방출되니 그로인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사로서 치료가 더 필요하고, 추후 문제될 환자들이 빤히 보이는데도 퇴원시켜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환자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치료받을 권리도 중요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맨 위로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