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에 손해를 끼친 기업 및 임원에게 주주대표 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자, 경영계는 기업경영을 위축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연금공단은 지난해 12월27일 공시한 ‘국민연금 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수탁자 책임 활동의 내용으로 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 주주 제안뿐 아니라 소송 제기 등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투자한 기업이 임원 등의 위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봤음에도 책임추궁 등을 게을리 해 승소 가능성, 소송 효과 대비 비용, 주주가치 증대 여부 등을 따져 이사 등의 책임을 추궁할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 이와 함께 투자기업이나 임직원 등이 법령 및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 제기할 문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원활히 적용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한 것”이라면서 “이사 선임 및 지배구조 관련 정관 변경은 경영권의 핵심임에도 공적연기금이 민간 기업에 경영 개입 확대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가 좋지 않아 기업 기살리기는 하지 못할망정 시급하지 않은 사안의 무리한 추진이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금공단은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세계 주요 연기금은 투자 철회 방식으로 기업평가를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일례로 지난 2017년 노르웨이 연기금이 우리나라 한전 투자 철회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투자 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투자자의 관점에서 해당 기업의 보유 주식을 매각, 투자를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며, 기업 경영개입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오는 2050년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고려해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연기금을 풍성하게 하려면 재무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지, 자꾸 사회적 요구나 이슈로 투자 판단을 하면, 장기적으로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회 토론회를 통해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에 대해 연금공단이 주주대표소송, 손해배상소송에 나설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연대 추천 위원이 들어와 있는데, 이러한 것은 기금운용위에 안건을 상정해 논의해야한다”며 “기금위 참여 시민단체가 외부에서 영향력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