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클로젯’ 김남길 “‘공포영화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찍었죠”

김남길 “‘공포영화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찍었죠”

기사승인 2020-02-0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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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장르를 해본 적이 없어요. 무서워서 잘 못 보는데 만드는 건 재미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죠.”

배우 생활 18년차의 김남길에게도 처음인 것이 있다.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이 그렇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서운 것을 못 본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공포영화와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가 ‘클로젯’에 흥미를 느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평소 사적으로 친분이 있던 배우 하정우와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공포영화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클로젯’을 찍으면서도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무서움과 다른 긴장감을 안고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어요. 알고 찍으니까 하나도 안 무섭더라고요. ‘클로젯’에서 저는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뭔가 잡고 해결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난 공포영화를 찍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찍었죠. 시사회에서 처음 ‘클로젯’을 보면서 공포영화인지 슬픈 영화인지, 고발적인 영화인 여러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전 그렇게 무섭지 않더라고요.”

다음달 5일 개봉하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남길이 맡은 경훈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등장할 때는 한없이 가벼운 정체불명의 남성이었다가 갈수록 전문적인 퇴마사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경훈은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이나 ‘사자’(감독 김주환)에 나오는 정식 구마사제들과는 다르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에 등장하는 무당도 아니다. 토속신앙과 여러 종교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주술을 외우고 의식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김남길은 감독과 함께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며 주술을 만들고, 문신을 그렸다. 특정 종교로 치우치지 않도록 톤을 조절하기도 했다.

“무겁지 않아서 편했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사제복을 입고 구마를 하는 역할이었어도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했겠죠. 하지만 팩트체크도 해야 하고 거기에 갇힐 수밖에 상황들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제복에서 벗어나니까 자유로웠죠. 늘 캐릭터를 설정할 때 같은 인물이라 해도 상황에 따라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날은 화가 날 수도 있고, 다른 날은 반응이 없을 수 있겠죠. 그걸 하나의 결로 통일하면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번 역할도 무게를 잡거나 심각하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관객들이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김남길은 장르나 역할을 가리지 않는 배우다. 최근 출연작인 영화 ‘무뢰한’, ‘판도라’, ‘어느 날’, ‘살인자의 기억법’, ‘기묘한 가족’을 봐도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다. 지난해 출연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도 출연해 또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양한 영화가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쿠키인터뷰] ‘클로젯’ 김남길 “‘공포영화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찍었죠”

“지금 제작되는 영화는 한정적이에요. 시나리오가 열편 있다고 하면 제작되는 건 한두 편이죠. 투자가 안 되거나 상업적이지 않아서 제작이 안 되거나 그래요. 제가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는 건 재밌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 될 영화들만 제작이 되니까 관객들도 식상할 수 있죠. 맨날 똑같은 이야기잖아요. 요즘엔 (흥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오컬트나 멜로 장르가 제작되지 않고 있잖아요. 영화를 찍고 나면 아쉬움은 늘 있어요. 관객들의 성향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전부 다 만족시킬 순 없겠죠. 장르영화를 잘 만들어서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아직 영화시장에 대해 주도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까요.”

김남길은 지난해 받은 연기대상에 대해 신중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관심받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작품을 만들지만, 사랑을 받으면 또 두려워진다는 얘기였다. 앞으로도 더 잘하고 더 많이 사랑받는 것보다 배우로서 버티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 제가 잘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잘하고 있다고 해요. 개인적인 만족도도 있고요. 배우가 제 직업이니까 누군가 앞에서 연기하고 대중들 앞에 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만약 제가 잘해내고 있는 거면, 시간이 지나면 저도 그걸 알게 되겠죠. 대신 지금은 용기를 내면서 버티고 있다, 잘 버티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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