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보라 ‘본 마카쥬’ 대표 “자기만족 위한 ‘플렉스’죠”

명품에 새 활력 불어넣는 ‘몽블랑’ 전담 마카쥬 작가, 김보라 대표

기사승인 2020-02-12 0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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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개인 커스텀으로 나만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어요. 남들과 다르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카쥬의 최대 장점이죠.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작가 역량이 요구되는 작업이라 비용은 절대 저렴하지 않아요. 마카쥬, 자기만족을 위한 ‘플렉스’죠.”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여성창업플라자 내 위치한 ‘본 마카쥬’의 김보라 대표. 그는 리폼 기술 ‘마카쥬’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마카쥬란 가방이나 트렁크에 그려 넣은 서체나 문양 등을 말한다. 19세기 유럽 귀족들은 개인 소장품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소지품에 문장을 새겼는데, 이것이 마카쥬의 시초가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최근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마카쥬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고야드’(GOYARD)를 시작으로 ‘몽블랑’(MONBLANC), ‘루이비통’(LOUISVUITTON) 등 명품 브랜드에서 마카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도 처음 마카쥬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가죽 공방을 운영하던 지난 2016년, 차별화된 기술을 가죽에 접목하겠다는 포부로 그는 손에 붓을 집어 들었다.

“오랜 직장 생활을 관두고 가죽공방을 운영했어요. 나만의 가방을 디자인하는 매력에 매료됐죠. 독특한 디자인을 생각하고 연구하던 와중에 마카쥬를 알게 됐어요. 내가 만든 가죽 가방에 접목하는 나만의 그림. 특별한 가죽공방이 되겠다고 자신했죠. 그 당시, 당장 마카쥬를 배워야 하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배워서 누군가를 가르칠 시기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죠.”

[쿠키인터뷰] 김보라 ‘본 마카쥬’ 대표 “자기만족 위한 ‘플렉스’죠”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았다. 김 대표의 독특한 마카쥬 활동은 몽블랑의 눈에 띄었다. 여러 검증 과정을 통해 김 대표는 몽블랑 마카쥬 전담 작가로 발탁됐다. 몽블랑이 인정한 마카쥬 작가라는 데에 큰 이목이 쏠렸다.

“제 제품을 SNS에 올려 홍보했는데, 이를 본 몽블랑 측으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았어요. 고객 사은품으로 제공할 오너먼트를 제작해달라는 의뢰였죠. 이때 소통하면서 제가 마카쥬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어요. 이를 눈 여겨본 몽블랑 측에서 그림을 의뢰했고, 제가 몇 건의 마카쥬 작품을 보여드렸죠. 2019년도부터는 본격적으로 계약해 몽블랑과 함께 일을 시작했어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몽블랑 마카쥬 프로모션을 담당했는데, 약 300개 제품이 제 손을 거쳐 갔죠.”

김 대표가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고객과의 간극’이다. 마카쥬에는 대게 아크릴 물감의 일종인 ‘레더페인트’(Leather Paint)가 사용된다. 탄성이나 굳는 정도가 가죽 재질감과 유사해 가죽 제품에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최종 시안을 결정하는 데에 보통 3~4일 걸려요. 지워지지 않는 염료를 사용하다 보니 한번 손을 대면 수정이 불가능하죠. 고객이 최대한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리기 위해 제일 노력하는 편이에요. 빈 가방 사진에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로 그림 시안을 얹어요. 크기와 색감이 적정한 지 실물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는거죠. 이후 시안을 고객과 주고 받으면서 의논하는 과정을 거쳐요. ‘작가님이 알아서 그려주세요’라는 등의 의뢰는 받지 않아요. 이러한 의뢰를 받을 때에는 ‘제가 만들어서 시안 보여 드릴게요’라고 답한 뒤 시안을 만들어서 또 이야기를 나누죠. 고객이 동의할 때까지 시안을 수정하고 또 수정해요.”

김 대표는 마카쥬 대중화를 꿈꾼다. “아직 마카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100만원짜리 가방에다가 왜 그림을 그려?’라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죠. 명품 가방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유행은 오래가지 않잖아요. 유행해서 샀지만, 철 지나 묵혀둔 가방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가방마카쥬로 새로움을 입혀보는 건 어떨까요? 벨트, 지갑 뭐든 상관없어요. 모두 마카쥬 매력에 빠지게 되실 겁니다.

smk503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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