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하려 ‘방콕’하니 마음건강 ‘빨간불’

코로나19 피하려 ‘방콕’하니 마음건강 ‘빨간불’

신체활동 부족, 수면 불규칙 등 영향 줄 수 있어

기사승인 2020-03-10 04:00:01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과 사람 간 접촉을 자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불안·거리두기·외출 차단 등이 특히 정신질환자들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존의 사회적 교류 등 활동이 제한되면 외로움과 소외감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외출 자제로 인해 신체 활동이 줄고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우울감 등이 심해질 수 있다. 민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중증 우울증 환자와 기분장애 환자들은 사람 간 접촉이나 외출이 안 되다 보니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일조량과 신체적 활동은 수면의 질과 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수면주기는 정신질환자, 그중에서도 고위험군의 증상 정도와 관련이 있는만큼 실내에서도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조량은 우울증과 관련이 깊다.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철에 우울증 발병 빈도가 높고, 급격하게 일조량이 느는 봄철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빛이 눈의 망막을 통해 뇌의 시상의 일부분을 자극하면서 감정기복을 유발한다고 본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려면 2~3월부터 틈틈이 햇볕을 쬐어 빛으로 인한 일조량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기복이 심해지면 식사습관도 불규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햇볕을 30분간 쬐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할 것을 권고한다. 숙면에 도움이 되고 우울증 위험도 10~30%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서수연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매일 하던 행동을 안 하면 우울해질 수 있다. 주로 은퇴 노인에게서 많이 보이는 증상이다”라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즐거운 일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상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때나 자고 일어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불안으로 병원 방문까지 꺼리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로 내원 환자가 줄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환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내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래 환자가 그 전에 비해 30%정도 덜 온다. 초진환자도 줄었다”라고 밝혔으며, 경기도 내 한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다른 과도 비슷하겠지만 환자가 줄긴 줄었다. 운영진들도 매출을 걱정할 정도”라고 전했다.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다. 비교적 중증인 환자라도 치료를 지속하면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으나,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할 경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심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서수연 교수는 “기존에 치료를 받던 환자라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과는 호흡기질환자가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특히 하던 일들에 흥미를 잃고 우울감이 심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병원 방문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정신질환 관련 상담소를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반인을 위한 코로나19 ‘심리방역’의 필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감염위기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 공포, 짜증, 혐오 등 부정적 감정과 트라우마를 관리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재난정신건강위원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을 배포하기도 했다. 지침에 따르면 과도한 불안은 우리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만들고,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서 면역력에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또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정보의 선별에 우선순위를 두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친구, 동료와의 소통을 지속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화상 전화, 메일, 온라인 등을 이용해 소통하고, 주변에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취약자가 있다면 관심을 주고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도 알아차려야 한다. 약간의 걱정, 불안, 우울, 외로움, 수면의 어려움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나 과도한 공포감에 압도되고 있고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혐오는 감염위험이 있는 사람을 숨게 만들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특정인과 집단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노출은 트라우마로 2차 피해를 만들 수 있다.

민범준 교수는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불안은 있을 수 있고 그건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라며 “특히 안부를 묻고 사회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계속돼야 한다. 이는 보호자가 없는 소외계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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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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