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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김세정 “여긴 ‘꽃길’, 만개를 기다리고 있어요”

김세정 “여긴 ‘꽃길’, 만개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은호 기자입력 : 2020.03.18 08:00:00 | 수정 : 2020.03.19 11:54:48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줄게.” 4년 전, 아직은 연습생이던 김세정은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가족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그는 101명의 연습생이 모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했다. 오래된 동화였다면 ‘세정이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막을 내렸을 이야기지만, 삶은 계속되고 고난에는 끝이 없는 법. 돌부리 하나, 흙탕물 하나 없이 이어지는 꽃길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최근 서울 학동로26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세정은 “생각을 바꾸면 모두의 길이 꽃길”이라며 미소 지었다. 무턱댄 긍정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단맛, 쓴맛, 짠맛을 다 본 이의 여유가 느껴졌다.

김세정이 17일 첫 번째 미니음반 ‘화분’을 냈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화분’을 제외한 모든 노래가 김세정의 자작곡으로 채워진 음반이다.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았다고 하니, 놀랍도록 빠른 성과다. 김세정은 “나와 감정이 잘 통하고 작업방식이 맞는 작가님들을 많이 만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음반을 아우르는 열쇳말은 ‘위로’다. 위로는 곧 공감이라고 믿는 김세정은 음반이 ‘잘될 거야’라는 격려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도록 가사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긍정 소녀’ 김세정에게도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날은 있다. 2번 트랙 ‘오늘은 괜찮아’를 썼던 작년 초가 그랬다. 번아웃 증후군이었을까.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그는 자신이 작게 느껴졌었다고 한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멍하니 누워만 있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솔로 음반이 생각났다. 김세정은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네가 몇 년간 꿈꿔오던 일이 실행되는데, 너 이대로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어?’ 그는 그때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와 돌아보니 “노래를 쓸 땐 무척 힘들었는데, 쓰면서 나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당시의 경험이 밑거름이 걸까. 김세정은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곡을 썼다”고 했다. 물 아래서 바쁘게 움직이는 오리발을 소재로 한 노래 ‘오리발’은 김세정이 김세정에게 보내는 응원가다. 그는 이 곡의 아이디어 노트에 “살다 보면 무던함이 화려함을 이길 때가 분명 있다”고 썼다. 예능 선배들을 보며 배운 생각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면,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분들을 뵙게 돼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계신 분들도 물론 대단하지만, 그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꾸준함을 유지하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김세정도 화려함보다는 무던함에 가까운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지만, ‘결식아동 지원카드로 자장면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웃고, 정글에서는 성인 남성을 끌고 조류를 가로질러 헤엄친다. Mnet ‘프로듀스101’ 출연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긍정과 성실을 무기로 제 몫 이상을 해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기량보다 욕심이 커서 늘 아쉬운 상태로 끝난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그의 화두는 ‘열심’이 아니라 ‘적당’과 ‘꾸준’이다. 자신을 혹사하기보다는 “어떤 일이든 적당히 꾸준히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크단다.

“저는 뭐든 긍정적으로, 좋게만 보려는 습관이 있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괜찮아. 잘해왔잖아’라고 받아들였죠. 그런데 데뷔 후에 절친한 지인에게서 ‘너는 왜 있는 그대로를 못 받아들이는 거야? 네 나이에 그런 일을 겪으면 힘든 게 당연하잖아’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제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거든요. 그냥 제 사고방식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시선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되, 제가 겪은 아픔이나 힘듦을 인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래도 김세정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의 미소 너머에 다른 꿍꿍이가 숨어 있을 거라고 말하는 이가 있어도, 김세정은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내 얘기를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면, 제가 뭐라고 말해도 안 믿지 않을 거예요.” 대신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내 목소리가 특색이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밴드 음악이나 팝 사운드로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작곡에도 관심이 많아 언젠가는 자신이 속한 그룹 구구단을 위한 노래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후 4년간 여러 씨앗을 뿌려놓은 것 같아요. 연기, 노래, 예능, 작사·작곡…. 그런데 아직 제대로 꽃을 피운 씨앗은 없어서 지금은 개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도 어쨌든, 제가 가는 길이 꽃길은 맞는 것 같아요. 생각을 바꾸면 모두의 길이 ‘꽃길’일 거라고 믿어요.”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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