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청소년 후불교통카드 발급 첫 날 시장 반응은 썰렁했다. 발급 시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한데다가 잘 쓰고 있는 선불카드를 굳이 새 것으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전날부터 청소년 후불교통카드 ‘하이틴즈 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이 카드는 대중교통 이용 시 잔액이 부족해 현금을 재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독서실·패스트푸드점 등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서비스 위주로 할인혜택을 더한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첫 날 발급건수는 거의 영(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업은행 본점을 포함한 일부 영업점에서 ‘하이틴즈 카드’가 발급된 사례는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부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NH농협)도 같은 날 카드발급을 시작했는데 문의는 있지만 실제 발급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청 방법이나 고객문의는 많이 들어오고 있긴 한데 실적을 집계할 수준은 아니다”며 “(집계규모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무자들은 시장 반응이 저조한 이유로 티머니 등 선불결제카드를 거론한다. 필요할 때마다 충전해서 사용하는 선불교통카드를 일부러 새 걸로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기존에 사용하는 선불카드도 있는 상황에서 바로 (후불카드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도 “편의가 좀 좋아진 거라 티머니를 써온 청소년들 중 일부는 변경을 하겠지만 카드발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배려차원에서 제도가 개선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선불교통카드 대비 발급절차가 까다로운 점도 있다. 선불교통카드는 편의점에서 구매가 가능한 반면 후불교통카드는 소액(월 5만원 한도)이어도 신용이 들어가는 탓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카드를 현장에서 바로 수령할 수 없는 점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기업은행 ‘하이틴즈 카드’는 신청 후 원하는 장소로 배송하거나 3~4일 경과 후에 영업점에 방문해 수령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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