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심은우의 지난 시간이 민현서를 만들었죠”

“심은우의 지난 시간이 민현서를 만들었죠”

기사승인 2020-05-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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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인세현 기자 =“얼굴보다 목소리로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지난 25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심은우는 아직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독특한 목소리 덕분에 말문을 열면 “민현서가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다며 웃었다. 

심은우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소화한 민현서는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다가 지선우(김희애)에게 도움을 받고, 그의 조력자가 되는 인물이다. 극 중에서 지선우의 거울상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심은우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민현서의 불안함을 표현하며, 한국판 ‘부부의 세계’에 원작과 다른 색을 입혔다.

심은우가 민현서를 만난 것은 지난해 초가을이다. 대본을 받아 든 그는 꼭 민현서를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3차까지 이어진 오디션을 준비했다. 오디션 대본엔 단 세 장면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만으로 매력적인 배역임을 알 수 있었다고. “민현서는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 역할이라서 탐났어요. 배우는 연기할 것이 많은 인물을 만나면 신이 나거든요.”

민현서가 등장하는 장면은 폭력을 당하거나, 풀어내기 쉽지 않은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심은우는 민현서의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서 보거나 주변 이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가스라이팅이나 데이트 폭력 사례가 주변에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하고 현서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려 노력했죠. 그런데 현서의 집에서 선우가 현서를 구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 제 모습과 그 공간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서럽고 슬픈 감정이 몰려 왔어요. 일종의 간접 경험을 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현서의 마음을 그 순간부터 진하게 이해하게 됐죠.”

부담이 가장 컸던 부분으로는 현서의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긴 대사를 어떤 흐름으로 끌고 나가, 마침표를 찍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매끄럽게 촬영했고 방송 후 주변의 반응도 좋아 안도했다. 갤러리에서 연회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선우를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땐 추운 날씨 때문에 고생했다. 고산역에서 박인규(이학주)와 헤어지는 부분을 연기하면서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누르며 단호하게 감정을 표현하려 애썼다.

“민현서는 이전에 없던 캐릭터예요.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고, 저도 이런 캐릭터를 다시는 만나지 못 할 것 같아요. 저에게는 의미가 큰 작품이고 캐릭터죠. 배우로서 지금까지 제가 해온 수고와 노력,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줬어요. 제가 현서를 맡을 만한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의 지난 날들이 현서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심은우의 지난 시간이 민현서를 만들었죠”

간절하게 준비했고, 치열하게 연기했다.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를 촬영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시간에 날개가 달린 듯 너무 빠르게 지났다”고 말했다. 이제는 민현서를 보낼 시간. 심은우는 “얼마 전 ‘부부의 세계’ 스페셜 방송 인터뷰를 촬영하면서도 눈물을 흘렸다”면서 “아직 현서를 보내주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능 출연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예능 촬영장에 웃고 떠드니 인간 심은우가 보이더라고요. 요가 수업도 계속 하고, 조만간 수상 스포츠도 즐기고 싶어요. 차기작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부부의 세계’ 현서로 많이 사랑받아서 빨리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연기하는 것보다 더 좋은 캐릭터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고 의리인 것 같아요.”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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